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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배운 게 도둑질, 그 배움은 알량 그것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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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로마 도심 라르고 디 토레 아르젠티나 Largo di torre argentina 라는 데다.

아르젠티나라는 말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올리고 리오넬 메시를 오버랩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처럼 한때 영문한 언저리에 새까발가락 계우 하나 걸치고선 걸핏하면 셰익스피어를 팔고 가끔은 나랑 이름이 같은 T. S. Elliot을 읊조리는 사람한테는 역시 그들과 연동해 암것도 아닌 일로 감읍해하기도 한다.

마침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보다 보니 6년 전 오늘 나는 저짝에 있어 역시나

엣 뚜 브루떼 Et tu, Brute

를 떠올렸거니와, 그러면서 나는 일컫기를

브루투스 이 씹새 우째 너까지 이라노. 죽기 좋은데다.

라 했거니와 나는 그의 작품에다 저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시저보다는 안토니우스를 앞세우면서, 지금은 명구 중 하나로 회자하는 저 말을 쓴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여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탁상에서 안출한 말이요, 나중에 언젠가 저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추적하니 그의 창안이라 해서 몹시도 허탈하기도 하면서, 그의 천재성이 다시금 부럽기도 했다.




변변찮을 저 흔한 발굴현장이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일당한테 암살당한 그 역사적 장소성이라는 사실과 맞물리고 또 그를 주요 소재로 삼은  셰익스피어 비극 줄리어스 시저가 적당히 머리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런 자리에 서서는 무언 떠들어대는 내가 뭔가 그리고 한껏 우쭐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냉혹히 따지고 보면 그 우쭐함은 알량한 지식 파편 두어 개를 딛고 선 데 지나지 않았으니 그런 어줍잖은 알량함으로 무슨 거대한 발명인양 하는 내가 더욱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 추기


근자 보도를 보니 로마시 당국에서 저 현장을 정비하고 탐방로를 개설해 안쪽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다시 간다면 알량함보다는 조금 업그레이드한 김태식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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