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평상심은 도道였는가 2>
이완용의 트레이드마크라고까지는 못해도, 그가 유달리 많이 써서 남긴 글씨가 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곧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이다’라는 내용이다(도 1, 2).
이는 중국 선불교의 종장宗匠 중 한 분인 마조 도일(馬祖 道一, 709~788)의 법문 중 한 구절이라고도 하고
남전 보원(南泉 普願, 748~834)의 말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분별을 끊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 ‘평상심’이 바로 진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글씨가 바로 그 ‘평상심시도’다.
한데 그 형식이 독특하다.
‘평평할 평平’은 툭 내던지듯이 쓰고, ‘항상 상常’은 붓을 깊이 눌러가며 한 획에 찍어냈는데 수건 건巾 획을 둥그렇게 두 바퀴 굴리고서 밑으로 쭈우욱 그었다.
붓이 끝나는 자리에서 미련 없이 붓대를 다시 벼루로 옮긴다.
슥슥 먹물을 진하게 묻혀가며 붓털을 정리하고 다시금 ‘마음 심心’을 속필速筆로 쓴다.
여기까지만 해도 ‘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그 다음 ‘시도是道’는 쓴다기보다는 그렸다.
心을 쓰고 바로 그 다음 是, 그 다음 道를 한붓에 그으니, 그새 붓에 먹물이 말랐는지 비백飛白이 생겼다.
책받침 각도를 휙 트니 붓이 서폭書幅 밖으로 튕겨나간다.
그리고 그 위로 작은 글자를 두 줄 내려쓰고 도장을 꽝꽝 찍었다.
(지본紙本)
백은 화상의 글씨를 본뜨다 (倣)
倣白隱和尙筆
일당 이완용
一堂李完用
(견본絹本)
백은 화상의 글씨를 본떠서 야마자키 선생이 맑게 보시는 데 바치나이다.
倣白隱和尙筆 以供山崎大雅淸覽
후학 일당 이완용
後學一堂李完用
종이 위에 쓴 것도, 비단 위에 쓴 것도 모두 붓이 지나간 자취가 지금껏 남아있는데, 내용으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선필禪筆의 맛이 강하다.
제題에도 들어있듯 백은 화상(和尙, 큰스님)의 글씨를 후학後學이 본떴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 이완용은 꽤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한다.
여러 절의 현판을 쓴 것은 물론이요, 1917년 친일적 불교단체인 불교옹호회佛敎擁護會를 설립하고 회장을 맡을 정도였다.
그러면 일당 대감 이완용이 본뜬 백은 화상은 누구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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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이완용] (1) 김은호가 기억하는 일당一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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