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평상심은 도道였는가 3>
아무래도 글쓴이가 이완용이다 보니 베낀 대상도 일본인이 아닐까 싶은 선입견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선입견이 맞아떨어진다.
백은 혜학(白隱 慧鶴, 1685~1768)이란 일본 에도시대 선승이 그 주인공이다.
백은 혜학 - 일본어로는 ‘하쿠인 에가쿠’라 읽는다.
그는 일본 임제종臨濟宗의 개혁자이자 중흥조로 꼽힌다.
임제종은 간화선看話禪 곧 화두를 들고 참선하며 깨달음을 찾아가는 중국 선불교 한 종파로, 우리나라 선종도 고려 말기 태고太古와 나옹懶翁 이후 임제종 법통을 이어받게 된다.
백은 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특히 대중 포교에 힘썼는데, 어디서든 누구하고든 친구처럼 지내고 쉬운 말과 그림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이해시켜주었다 전한다.
백은은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다.
평생 1만 점가량 서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달마도>나 자화상을 그린 것이 많다.
일본의 한 서가는 백은 글씨에는 '서법의 실조失調'가 있으며 '글씨가 아니게 됨으로써 글씨이다'라는 역설로 이루어졌다 평하였다.
그런 만큼 이완용의 <평상심시도> 같은 ‘글씨 같지 않은 글씨’가 있을 법도 하다.
구글에서 백은 글씨를 찾아 보니, 여기서 보듯 <평상심시도>와 비슷한 필의筆意의 글씨가 여럿 확인된다.
그러나 정작 백은이 “평상심시도”라는 문구를 쓴 것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은데, 일제강점기에 나온 서화류 도록에 실려 있는지 찾아봐야 할 듯하다.
혹 이완용이 백은 글씨를 보고 자기 스스로 글자를 조합해 문구를 만들어 썼을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겠다.
전통 서화에서 방작倣作이란 그대로 본떠 그리는 임모臨摹와는 달리 작가 스스로의 재해석이 들어가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 맨 아래쪽 작품 위에서 일곱번째에 보이는 ‘길 도道’가 이완용 작품 속 ‘도’와 비슷한 모양새다.
*** previous article ***
'探古의 일필휘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예가 이완용] (5) 안진경을 흠모했지만... (24) | 2024.08.01 |
---|---|
[서예가 이완용] (4) 일품이라 할 만 하나... (23) | 2024.07.31 |
[서예가 이완용] (2) 선필禪筆을 따른 자취 (22) | 2024.07.28 |
[서예가 이완용] (1) 김은호가 기억하는 일당一堂 (23) | 2024.07.28 |
[탐라국통신] 제주에 기와는 언제부터? (17) | 2024.07.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