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직설 무령왕릉" (김태식, 2016) 7주년 기념> 축사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뛰어난 서평이 산적하므로, 대신 좀 뜬금없지만 어떤 영화를 소개한 후 간략히 비교해 보고자 한다.
The Dig (2021) 영화는 이 그룹에서 소개한 적 있는 #서튼후_배무덤 발굴이야기다. 동명소설(John Preston, 2007)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화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고고학 영화라는 희소성과 발굴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우여곡절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직설 무령왕릉-권력은 왜 고고학 발굴에 열광했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1939년 부유한 미망인 Edith Pretty(이하 이디스)는 서튼 후에 있는 자신의 시골 영지에 큰 봉분을 발굴하고자, 능력은 있지만 저렴한 아마추어 고고학자, Basil Brown(이하 바슬)을 고용한다.
고고학 발굴을 개인 돈으로 하는 것도 그렇고, 유망한 발굴현장에서 오라는 데도 여기서 일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내 땅에 뭔가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게 있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파야되지 않겠는가?
혼자서 땅을 파던 바슬은 고분 밑에 거대한 선박이 묻혀 있고 또 선박에 붙은 철제 리벳을 보고 왕과 같은 엄청난 인물이 묻힌 곳임을 확신한다.
소문이 나자 지역의 저명한 고고학자 제임스 리드 무어가 찾아와 이런 발굴 작업은 자기와 같은 전문가가 꼭 참여해야 한다고 찝쩍댄다. 그런데 여주인 이디스는 안목이 있는 지 이를 거절하고, 부족한 인원 보충을 위해 사촌을 발굴작업에 참여시킨다.
발굴이 진행되면서 이번에는 저명한 케임브리지 고고학자 찰스 필립스가 도착하여 꼭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유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유적지니까 자기 정도는 되야 한다는 것, 또 2차 세계대전이 임박했으니 프로가 빨리 파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명령을 등에 업고 발굴 작업을 맡게 된다. 정식 고고학자가 아닌 바슬은 짤린다.
물론 저명한 학자 필립스가 대규모 팀을 끌고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지휘를 잘 못하는지 이상하게 발굴이 더디다.
이때 이디스가 개입해서 바슬을 다시 발굴에 참여시키게끔 필립스를 설득한다. 바슬이 지휘한 발굴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급기야 고대 영국 금화를 발견하고 이곳이 바이킹 배가 아니고 앵글로색슨족 유적이라는 중요한 증거를 찾아낸다.
그 배가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이쯤 되자 필립스는 독일의 런던공습이 입박하였으니 이 소중한 유물들을 자기 연구실로 가져가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다시 한번 이디스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바슬과 함께 보물을 박스에 담아 자기 침대 밑에 숨킨다. 이런 때는 항상 비오는 밤이다.
영화에선 이디스가 이 배와 유물 보물창고 소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바슬이 실질적 발굴 공헌자이고, 프로 고고학자들이 탐욕스런 악당으로 나온다.
이디스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죽음을 예감하고, 서튼 후 보물을 대영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심하면서 바슬의 업적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한다.
영화는 바슬이 전쟁으로부터 보물을 보존하기 위해 발굴 현장을 다시 덮는 장면으로 끝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 오면서 이디스와 보물의 행방을 알려주는데, 이디스는 1942년에 사망하고, 보물들은 전쟁 중 런던 지하에 숨겨져 있다가 이디스 사망 9년 후 바슬에 대한 언급 없이 처음 전시되었다.
최근에야 바슬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디스와 함께 그 이름이 대영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새겨진다.
무령왕릉 발굴은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 유물이 바로 권력자에게 바쳐진 사건이라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상상해보자. 무령왕릉 봉분이 어떤 개인 땅에 위치했다면, 영화에서처럼, 안목있는 여주인이 프로의 무자비한 발굴행위를 막아설 수 있었을까?
***
이상은 畏友 이정우 선생이 페이스북 고고학 동호회 Archaeology from Koea and the World에 게재한 글인데 전재한다. 본 글에 없는 제목은 편집자가 임의로 붙였다.
https://www.facebook.com/groups/422990802153521/posts/91167305995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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