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3차에 걸친 고려거란전쟁에서 거란군 수뇌를 형성하는 소씨蕭氏 형제, 곧 소배압蕭排押과 소손녕蕭遜寧(=소항덕蕭恆德)은 국구國舅 소부방少父房 후손들이라, 대대로 집안이 황비를 공급하며 위광을 누렸다.
물론 부침도 없지는 않아서 걸핏하면 한대 얻어맞고 죽임을 당하는가 하면 삭탈관직되어 서민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저 두 소씨 형제를 흔히 부마도위駙馬都尉, 약칭하여 부마駙馬라 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황제의 사위인 까닭이다.
본래 부마駙馬란 말 자체가 딸린 말이라는 뜻으로, 황제가 행차할 적에 지금 모는 말이 피곤에 지치거나 혹은 부상당했을 적과 같은 비상사태에 투입할 대타를 의미했으니 이것이 훗날 임금의 사위라는 뜻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요사遼史 소배압 열전에 이르기를 그가 위국공주衛國公主한테 장가들이 부마도위駙馬都尉가 되고 동정사문하평장사同政事門下平章事가 더해졌다 했거니와, 황제 사위가 되면 그에 따르는 각종 포상이 있기 마련이라, 벼슬도 올라가고 당연히 연봉이 수직상승한다.
그에 견주어 그의 동생 소손녕, 곧 소항덕은 월국공주越國公主한테 장가들어 부마도위가 되고 곧 남면임아南面林牙로 옮겼다고 한다.
형제가 나란히 황제의 사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위국공주는 누구이며, 월국공주는 또 누구인가?
요사 권65 표表 제3은 공주표公主表라 해서, 아예 역대 황제별로 그 딸들 내력과 그 행적을 간략히 표로 정리했으니, 위선 이를 봐야 한다.
이를 훑어가다 보면 거란 제5대 황제 경종景宗 야율현耶律賢(948~982, 재위 969~982)한테는 네 딸이 있다. 정비 예지황후睿智황후한테서 세 딸 야율관음녀耶律觀音女와 야율장수녀耶律長壽女와 야율연수녀耶律延壽女를 두었고, 후실 발해비潑海妃한테서는 딸 하나 야율숙가耶律淑哥를 두었다.
한데 무슨 女라고 적기한 저 표기는 실은 오타라, 앞서 여러 번 봤듯이 거란 사람들은 당시 이름 끝에다가 본래는 노복 노비를 의미하는 노奴라는 글자를 붙이기를 좋아했다. 필사하는 과정에서 무슨 奴라 적어야 하는 글자가 그만 女자로 둔갑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경종이 정비 예지황후한테서 둔 세 딸은 야율관음노耶律觀音奴와 야율장수奴耶律長壽女와 야율연수노耶律延壽奴다.
이는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鑑長編 권55에서 명확히 확인되는데, 이에 이르기를 기유己酉에 거란 봉공관供奉官으로 온 이신래李信來가 전한 당시 거란 사정을 정리한 대목이 있으니
오랑캐 임금[戎主-거란 군주 황제]의 아버지는 경종景宗이라 하며 황후는 소씨蕭氏로 협력재상挾力宰相의 딸이다. 아들은 넷을 두었으니 큰아들은 이름을 륭서隆緒라 하니 이가 곧 (지금의 오랑캐 임금[戎主]이다. 둘째는 찬贊이라 이름하는데 양왕梁王에 위봉僞封(송나라는 거란을 멸시했으므로 아들들을 무슨 왕에 봉한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어 언제나 거짓으로 봉한다[僞封]는 표현을 쓴다], 금년에 31세요, 그 다음이 이름을 고칠高七이라 하며 위봉偽封하여 □王이라 하니 올해 25세요, 그 다음이 이름을 정가鄭哥라 하는데, 올해 8월에 요절하고 말았다. 딸은 셋을 두었으니 첫째를 연가燕哥라 하니 올해 34세요, 소씨蕭氏의 동생인 북부재상北宰相 소유주가蕭留住哥한테 시집가니 (그 남편은) 부마도위駙馬都尉로 위서偽署(앞 위봉과 용례가 같다)되었다. 둘째가 장수노長壽奴라 올해 29세라 소씨蕭氏 조카인 동경유수東京留守 패야悖野한데 시집갔다. 그 다음이 연수노延壽奴라 하는데 올해 27세요 패아悖野의 모제母弟인 긍두肯頭한테 시집갔다.
이에서 소배압이 소패야蕭悖野로, 소항덕 혹은 소손녕은 소긍두蕭肯頭로 적혔음을 본다. 배압排押과 패야悖野는 결국 같은 발음인데 그것을 소리나는 대로 적다보니 생긴 작은 차이에 지나지 않지만 소항덕을 소긍두로 적은 것은 무엇에 말미암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소배압과 소항덕은 모두 경종의 사위이면서 성종 야율륭서 기준으로는 매제들이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는 소배압을 상당히 노회한 인물로, 지금 보령 한창인 야율륭서보다 훨씬 나이 많은 노인으로 설정했거니와, 그렇다면 이게 마누라 기준으로는 나이가 맞지 않다. 이 문제는 이 시리즈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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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駙馬 소배압] 종모성從母姓, 근친혼을 유지하는 족외혼 사회의 규율
요사遼史 소배압蕭排押·소항덕蕭恆德(소손녕蕭遜寧) 형제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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