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먹을거리의 역사 이야기도 좋아한다. <돈까스의 탄생> 같은 책은 한 열 번은 더 읽은 듯한데, 박현수 선생님의 <식민지의 식탁>이란 책을 보고 그때 그 감동에 필적할 만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근대 문학 속 먹을거리 이야기를 탐구한 책으로, 관부연락선의 3등칸 식탁, 김첨지의 설렁탕, 채영신과 박동혁이 굴비를 먹어가며 마신 약수...뭐 그런 그 시절 온갖 식사풍경이 책 한 장 한 장마다 펼쳐진다.
그 중 채만식의 <산적>이란 소설을 토대로 근대의 '목로주점', 또는 '선술집'을 재현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목로란 널빤지로 만든 길고 좁은 상이란다. 주모가 앉은 자리 앞에 길게 놓은 목로에 서서(앉아서가 아니라) 막걸리 한 잔을 시키면 안주는 그냥 하나씩 구워먹을 수 있고 술국도 공짜로 나왔다 한다.
김첨지가 치삼이와 들어가서 눌러 곱빼기 막걸리를 시키고 두부와 미꾸리 든 국을 들이키던 곳이 바로 그런 선술집이다. 안주로는 너비아니며 제육이며 북어며 빈대떡...
그런 걸 미리 준비해서 주모 또는 술아범(酒父? 酒夫?) 옆 '안주장'에 넣어놓고, 술을 시키면 그 중 하나를 골라 옆에 있는 화롯가에서 손님이 구워먹게 했단다.
전주 막걸릿집 같은 데를 떠올리면 될까. 이런 데서 약주나 소주를 찾으면 "졸장부의 짓"이라며 타박했다고 한다.
그 책에 나온 평면도를 보고 그려보았다. 그런데 막상 그려놓고 보니 혜원의 주막 그림 비슷하기도 하고, 광장시장 횟집 같은 느낌도 난다.
조선 술집의 전통이 이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해야 맞을지, 감이 잘 안잡히는데 뭐 어떠랴!
술과 안주만 떨어지지 않으면 어디든 그곳이 극락일 것을.
...술 생각나네.
***
목로주점을 노래한시인으로 박인환이 있고
그 분야 고전 반열 대중가요가 이연실 곡이다.
https://youtu.be/fBvEnys5h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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