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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아부로 문을 여는 책

by taeshik.kim 202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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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회사 책상에는 어떤 역사연구자가 자기 박사학위 논문을 손질해낸 단행본이 있다. 실명과 책 이름은 비밀로 부친다. 

이런 박사논문 토대 단행본 머리말을 보면 항용 학은學恩 운위하다 끝난다. 나는 이것이 한국지식학이 퇴보하는 일대 증좌로 본다. 


차마 국내 책을 들 수는 없어 애꿎은 중국책만 갖다 놓는다. 



서문은 그 책을 들어가는 대문이요, 부처가 상거하는 대웅전이며, 그것을 지나 퇴로하는 후문이다. 

그것은 내 왜 이 책을 썼는지, 혹은 내가 이 책에서 주창하는 바가 무엇인지의 일대 선언이다. 권리장전이며 마그나 카르타며 독립선언서다. 

그런 자리에 언제 대학에 들어가 어떤 교수를 만났는데 그가 어떤 지침을 주어 어떻게 공부했느니, 그래서 눈물이 난다느니 하는 따위는 집어쳐야 한다.

(2013. 8. 28)

***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 특히 학술서로 구분하는 책 10권 중 10권이 다 이 모양이다.

서문은 대문이다. 그런 대문에 아부와 찬사만 넘쳐난다. 어찌하여 서문을 감사의 말 acknowledgements 와 혼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도제시스템이 빚은 참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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