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생 고난의 행군 점철이었으며, 결국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예수 또한 특히 고향에서 박대받았다고 안다.
우리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나하고 가차운 정치인 기업인 혹은 지식인은 마른 멸치만도 못한 존재로 간주하며 그들을 안주삼아 씹어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전연 알지도 못하는 이상형 인간을 그리며 카네기를 찾고 스티브 잡스를 주물해 낸다.
단언하거니와 우리가 그리고 주물한 카네기는, 스티브 잡스는 이 지구상 존재한 적도 없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또라이 개새끼다.
그럼에도 그렇게 허상으로 주물한 잡스를 불러와서는 이건희를 손가락질한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 어네스트 겔너가 아닌가 하는데, 그에 의하면 건국시조나 영웅은 예외없이 외부에서 온 인물이라 한다.
왜 외부에서 데려와야 하는가?
디그너티 dignity 때문이다.
내가 너무나 잘 알고, 혹은 그 주변에 얼쩡거리는 사람으로는 그 공동체가 요구하는 신화를 그려낼 수가 없다.
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어릴 적 대나무 타고 같이 논 친구놈이 각중에 어느날 느닷없이 대통령이 되고 왕이 되고 대기업 창업주가 되어 나타났는데 어찌 배가 아프지 아니하리오?
《사기史記》 한고조본기漢高祖本紀에는 이런 고민이 실로 역력하다.
유방劉邦...그는 무뢰한이었다. 조폭계에서도 중간 보스도 되지 못한 부하 몇놈 거느린 깡패 새끼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그가 천하를 제패하고 느닷없이 대권을 장악했으니,
이런 그가 황제에 취임하고 나니 주변에 포진한 신하들이 모조리 어릴 적 고향친구들이라 그들이 유방을 황제로 취급이나 했겠는가?
명색이 황제인데, 그가 주재하는 연회에서는 칼부림이 난무했다.
왜?
그는 외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낙하산은 계속되어야 한다!!!!
(2014. 8. 27)
***
No prophet is ever accepted in his own country.(Luke 4:24)
그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 용납되는 일은 없다. (누가복음 4장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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