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말했듯이 우리 동네에선 진달래라는 말이 없었다.
오직 참꽃 혹은 그 변형인 창꽃이 있을 뿐이었다.
진달래는 수입품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말이다.
그 수입산은 출처가 본명 김정식, 필명 소월이란 자인데
질근질근 질펀히 짓밝는 대상으로 삼은 그의 시 한 편에서 유래한다.
뿌리야 어떻든 진달래가 참꽃이라면 거짓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아무도 던지지 아니했다.
진달래가 참꽃인데 견주어 왜 철쭉은 거짓꽃이라 하는가?
그것은 식용 여부 때문이다. 요새도 참꽃전을 부쳐먹거니와, 두 꽃이 갈라지는 지점은 식용성이다.
꽃 기준으로 진달래는 독이 없어 다양하게 먹는다. 나 역시 참으로 많이도 따먹었다. 그것이 허기에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이맘쯤 한창 물이 오른 소나무 중기를 잘라 껍데기 벗겨내고 그 속살을 파먹었고(이건 송진 성분이 많아 변비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참꽃도 열심히 따 먹었다. 이렇다 할 맛은 없으나, 그런대로 달짝한 기운은 좀 있다.
그에 견주어 철쭉은 그 꼿입술을 만지면 금방 드러나는데 진액이 묻어난다. 그 진액 참말로 기분 더럽다. 마치 면도날로 십자형으로 갈라 그 새로 묻어나온 양귀비액 같다. 그런 까닭에 철쭉은 독성이 있다. 것도 아주 강하다.
여러번 한 말인데, 시골에서도 참꽃과 철쭉을 간혹 구분하지 못해 참꽃인 줄 알고 철쭉 따먹었다가 죽는 일이 있고, 죽다 살아난 일도 있다. 내 고향에서는 죽다가 살아났다.
다만 화려하기는 역시나 철쭉인데, 뭐랄까 상대로 견주면 참꽃이 은은한데 견주어, 철쭉은 그 빛이 아주 강렬해서 원색에 가깝다. 붉은색 아니면 자주색을 띠는 일이 많거니와, 그 얼마나 이 꽃이 강렬하면 순정공 마누라를 암소 몰고 가던 노친네가 암벽 올라 그걸 따다 바치며 꼬시려 했겠는가?
참꽃에 견준 거짓꽃은 철쭉이며, 그것이 거짓인 까닭은 독성에서 말미암는다.
철쭉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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