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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참꽃, 철쭉의 건너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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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일전에 말했듯이 우리 동네에선 진달래라는 말이 없었다.
오직 참꽃 혹은 그 변형인 창꽃이 있을 뿐이었다.

진달래는 수입품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말이다.

철쭉


그 수입산은 출처가 본명 김정식, 필명 소월이란 자인데
질근질근 질펀히 짓밝는 대상으로 삼은 그의 시 한 편에서 유래한다.

뿌리야 어떻든 진달래가 참꽃이라면 거짓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아무도 던지지 아니했다.

속리산 참꽃


진달래가 참꽃인데 견주어 왜 철쭉은 거짓꽃이라 하는가?

그것은 식용 여부 때문이다. 요새도 참꽃전을 부쳐먹거니와, 두 꽃이 갈라지는 지점은 식용성이다. 

꽃 기준으로 진달래는 독이 없어 다양하게 먹는다. 나 역시 참으로 많이도 따먹었다. 그것이 허기에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이맘쯤 한창 물이 오른 소나무 중기를 잘라 껍데기 벗겨내고 그 속살을 파먹었고(이건 송진 성분이 많아 변비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참꽃도 열심히 따 먹었다. 이렇다 할 맛은 없으나, 그런대로 달짝한 기운은 좀 있다. 

그에 견주어 철쭉은 그 꼿입술을 만지면 금방 드러나는데 진액이 묻어난다. 그 진액 참말로 기분 더럽다. 마치 면도날로 십자형으로 갈라 그 새로 묻어나온 양귀비액 같다. 그런 까닭에 철쭉은 독성이 있다. 것도 아주 강하다. 

여러번 한 말인데, 시골에서도 참꽃과 철쭉을 간혹 구분하지 못해 참꽃인 줄 알고 철쭉 따먹었다가 죽는 일이 있고, 죽다 살아난 일도 있다. 내 고향에서는 죽다가 살아났다. 

다만 화려하기는 역시나 철쭉인데, 뭐랄까 상대로 견주면 참꽃이 은은한데 견주어, 철쭉은 그 빛이 아주 강렬해서 원색에 가깝다. 붉은색 아니면 자주색을 띠는 일이 많거니와, 그 얼마나 이 꽃이 강렬하면 순정공 마누라를 암소 몰고 가던 노친네가 암벽 올라 그걸 따다 바치며 꼬시려 했겠는가? 

참꽃에 견준 거짓꽃은 철쭉이며, 그것이 거짓인 까닭은 독성에서 말미암는다. 

철쭉은 죽음이다. 

 

 

진달래에 질식한 참꽃, 소월 타도를 외치며

<경주 남산 헌강왕릉> 시위로 점철한 80년대 대학가에 느닷없이 김소월 열풍이 인 적 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 운운하는 그의 시구가 어찌하여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뒷받침하는 선전구호가 되었는지 나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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