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조리기구가 보편화하기 전 찐 곡물은 현미를 쪄서 시식해 본 소감을 말하자면,
30분 정도 찌면 익지 않는 곡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곡물이 익긴 익는데, 찰기가 떨어진다.
뜸들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수분이 곡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없다 보니 익기는 하되 기름진 밥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쓰는 전기밥통도 밥이 뜸드는 과정에서 증기의 유출을 막고 마지막까지 이를 잡아주는 것이 요체이고,
무쇠솥이라는 것도 결국 그 무거운 뚜껑이 마지막 뜸 들일 때 증기를 잡아주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곡물을 익혀 먹되 뜸 들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은 입안에서 거친 느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를 강반이라고 불렀고,
뜸들인 밥을 弱飯(ひめ)または姫飯(ひめいい), 즉 약반이라거나 공주님밥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학생식당이나 군대밥처럼 찐밥은 쌀알을 구분 못할 정도로 떡이 되서 나오는 밥을 연상하기 쉬운데,
이런 찐밥은 요즘처럼 취사때 수분을 날라가지 않고 확실히 잡아두는 상태에서 찔 때 나오는 밥이고,
실제 일반적인 보통 찜기를 가지고 밥을 쪄 보면 우리가 아는 찐밥과는 다른 형태의 밥이 만들어진다.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조밥, 피밥, 수수밥, 보리밥도 쪄서 해 먹어 보겠다.
아마 이런 형태의 밥이 금속기 취사기구가 나오기 전, 다시 말해 철제 솥이 보편화하기 전 가장 많이 하던 방식의 밥 만드는 법이었을 것이다.
P.S.1) 소화는 확실히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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