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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추락하는 경찰은 날개가 없었다

by taeshik.kim 2019.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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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지각이 부른 세계적 특종

송고시간 | 2019-12-28 08:00

1998년 조계종사태 진압경찰 추락장면


1998년 12월 23일 아침, 조계종 총무원으로 경찰이 들이쳤다. 송월주 총무원장 3선에 반대하는 조계종 정화개혁회의  쪽 승려들을 해산하고자 진압경찰이 들이친 것이다. 물론 법원에서 퇴거명령서를 받은 상태였다. 




총무원 건물이다. 경찰은 이 건물 뒤편에 설치되어 있던 철조망과 장애물을 걷어내면서 현관 옆 유리창문을 통해 들어갔다. 그러자 청사 안에 있던 승려들이 격렬히 저항했다. 화염병과 음료수병, 깨진 유리 조각, LPG 통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그러다가 고가 사다리를 타고 진입하던 경찰들이 사다리가 뒤틀리면서 추락했다. 


지도를 보면 왼편에 연합뉴스가 자리한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이 일대 풍광도 사뭇 달라져, 연합뉴스 자체도 대대적인 증개축을 통해 새로 태어났고, 그 중간 제일모직 건물도 큼지막하니 들어서, 현재는 연합뉴스 한쪽 귀퉁이에서 조계종 총무원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으나, 그 시절엔 달랐다.  


당시 저 사태를 생생히 증언하는 사진은 저 한 장만이 아니었다. 




이런 것도 있고 



이런 것도 있으며



이런 것도 있다. 


자동으로 눌러제낀 것이다. 


이들 사진은 당시 수송동 연합뉴스 옛 사옥 4층 편집국 사진부 암실에서 촬영한 것이다. 조계사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암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사진은 이른바 현장용이 아니라, 연합뉴스 사진부 사무실에서 '편안히' 찍은 것이다. 


이를 찍은 사진기자가 김재영. 내가 연합뉴스 공개 14기인데, 김재영은 나보다 딱 1년 빠른 1992년 1월 1일 입사한 13기다. 


암튼 저 사진, 딱 봐도 있어 보인다. 저 사태를 저리 생생하게 전하는 장면 있겠는가? 평생 사진기자 해 봐라. 저런 장면 포착하는 행운을 만나는 기자는 하늘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실제 저 사진으로 김재영은 상복이 터져, 국내외에서 챙긴 상금만 해도 두둑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상 말고도 삼성재단인가 어딘가에서 주는 상도 받지 않았나 기억한다. 


그렇다면 저 자신을 어떻게 해서 건지게 되었을까? 그 내막을 공식화해 봤다. 저 내막이 우리 공장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기는 하나, 이참에 공식화를 해 버린다. 


기사에서는 저들 사진을 김재영 기자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좀 다른 기억이 있다. 


저 사진부 암실, 그리고 사진부는 편집국에서 문화부와 바로 인접한 곳이라, 저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회사에 있었다. 그 추락사건이 터질 무렵, 사진부 암실을 내가 들락거리면서 봤는데, 삼각대에 망원렌즈를 설치한 상태였다. 


따라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자동셔터를 누른 것이 아니라, 삼각대에 설치한 카메라를 활용하지 않았나 한다. 


김재영은 전날 저녁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바람에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저날 출근했다. 늦었다고 졸라 깨졌다. 당연히 육두문자가 날아들었고, "이럴 거 같으며 때려쳐 이 XX야"라는 욕설이 난무했다. 


"넌 (현장) 나가지 마!"


이것이 저런 특종으로 연결될 줄이야. 


그날 아침 김재영을 나는 기억한다. 가뜩이나 술을 좋아한 그는 이날 아침도 숙취에다가 부장한테 열라 깨치고는 술 냄새 풀풀 풍기며, 편집국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것이 인생을 바꿔놓을 줄이야.


추락하는 경찰은 날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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