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런 억측에 가까운 이야기를 과감하게 하는 이유는
뭐 콩농사가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시작된 자랑스러운 역사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콩농사가 한국과 만주일대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이다.
콩농사는 단백질원이고 중요한 잡곡이긴 한데
옛날이라고 콩을 깡콩밥을 지어 퍼먹었을 리가 없다.
그건 조, 기장, 수수 등과는 달리 콩은 절대로 주곡식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깡 조밥, 깡기장밥은 먹어도 깡콩밥은 절대로 못 먹는다.
깡콩밥을 찌건 삶건 해 먹어 보면 알 일이겠다.
그러면 콩농사는 왜 짓는가?
조, 기장, 수수 등과 함께 지어 영양학적으로도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보완적 의미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필자가 보기엔, 콩농사가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콩농사는 농사의 휴경을 막는 소중한 농사다.
한해만 농사를 지어도 다음 해는 못 짓는 풍토에서
콩농사는 휴경의 기간을 짧게 해주는 중요한 작물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콩농사는 작물 이전에 다른 잡곡 농사의 연작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바로 그런 목적으로 채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중국 쪽은 이런 콩농사의 필요성이 우리보다 적었을 것이다.
왜?
황하와 양자강의 범람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굳이 콩농사로 지력을 보충하지 않더라도
그 지역은 휴경이 길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땅은 그렇지 않다.
표토도 얇고
그냥 조, 기장, 수수만 계속 짓다 보면 휴경 기간이 한도 없이 길어져 뭔가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주지 못한다 해도
콩농사는 이 휴경의 문제를 상당히 완화시켜주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것이 바로 콩농사야 말로 만주와 한반도에서 인류 최초로 시작되었을 것이라 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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