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연구비로 돌아간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일수록 그 연구비는 기업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고에서 지원되는데 이는 곧 국민의 세금인 만큼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일이 항상 곤욕스럽기 마련이다.
연구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 것인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에 기여가 분명히 있겠지만, 돌고 돌아 수많은 세월이 지나서야 우리 앞에 그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위 우주개발도 마찬가지로, 아폴로 계획이 멈추어 선 것도 결국은 더이상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 붓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달 탐사가 다시 재개되는 모양인데 달 탐사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로 달에 있는 "자원"을 거론한다. 달에는 가치있는 자원이 풍부히 매장되어 있어 이걸 개발하는 자가 다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런 명분에 숟가락을 올리고 달탐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따지고 보면 소행성이 다가와 지구에 충돌하여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알다사피 NASA의 연구비 유치용 멘트다.
소행성으로 겁을 줘 놓고 연구비를 따내는 것이다. 중국 동북공정과 우리나라 인문학계의 연구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 연구 영역이 화성 쯤 되고 보면 더이상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유가 곤궁해 지기 마련이다. 자원을 들고오자니 너무 멀고, 한때 화성을 지구로 바꾸어 식민행성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꺼냈었지만 알다시피 이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일까. 화성에 로버를 실어 보낸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의 탐사로버의 이름은 "배째라"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는 큐리오시티, 즉 호기심이다. 내가 궁금해서 호기심 때문에 화성에 로버를 실어 보내는데 어쩔 거냐. 배째라는 뜻이 되겠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는 화성탐사로버 이름이 절묘하게도 "천문"이다.
이 이름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天何所沓(천하소답)
十二焉分(십이언분)
日月安屬(일월안속)
列星安陳(열성안진)
굴원의 초사 천문이야 말로 호기심의 극치이다.
그 호기심을 따라 화성에 로버를 보냈다는데 어쩌겠는가?
국민의 세금을 빌어 호기심을 충족하자니 아마 대답이 궁하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호기심이야말로 인류를 여기까지 끌어온 역사의 동력이기 때문에,
화성탐사로버에 "Curiosity"와 "천문"이라는 일맥 상통하는 이름을 붙인 그 발상에 박수를 보내본다.
과학은 호기심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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