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 비버 beaver 라는 놈이 사는 데로 드러난 스코틀랜드 일대 지도란다. 아마도 붉게 표시된 지점인데 저 정도는 그 존재가 보고된 지역이라, 실상 모든 강에 산다고 봐도 좋다.
참고로 저에 보이는 loch란 말은 로크 라고 읽으며, lake에 대한 켈트어라 저짝과 아일랜드에서는 호수를 일컬어 로크라 한다.
스코틀랜드만이 아니다. 비버는 영국 전역에 걸쳐 맹렬한 영토 확장에 나섰다.
하긴 비버로서는 이것이 본래의 자리를 되찾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 브리튼에서는 멸종한지 사오백년이나 된 비버가 21세기에 접어들며 다시금 등장해 천지사방을 날뛰는 시대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종적을 감춘 비버를 누가, 언제, 무슨 사연으로 도로 영국 땅에다가 갖다 놓았을까? 문제는 이 문제가 또 다른 심각성을 유발한다는 데 있다.
이 대목에서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그의 재등장을 환경론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농부들은 전연 그렇지 않다는 데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비버의 패악질을 참다 못한 스코틀랜드 농부들이 사냥 허가를 얻어 비버를 사냥하기 시작하자, 환경론자들이 이런저런 말로 비버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네 환경운동이 그렇듯이, 특히 수달이나 산양이 그런 처지에 급속도로 내몰리기 시작했는데, 이른바 저들이 말하는 생태계 복원이 실은 어떤 사람들한테는 재앙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고라니나 노루, 혹은 멧돼지까지도 서울 어느 아파트에서 한적하게 티비로 시청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들이 한없이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농부들한테는 그들은 씨까지 말려야 하는 농업의 파괴자요 생태계 파괴자일 뿐이다.
환경론자들은 그들의 존재와 활동을 생태계의 건전성을 말해주는 지표라 하지만, 그들은 절제를 몰라 아 이건 농산물이지? 그래서 조금만 먹어야지? 해서 봐줄 리는 없다.
결국 건전한 생태계는 저들 우에도 최상위 포식자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 유일한 포식자가 인간이다.
인간이 나서 때려잡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의 전면적 재앙밖에는 그들의 재앙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지도를 보면 비버는 두 종류가 있다. 주요 서식지는 유럽과 북미 대륙이라, 위키피디아 비버 항목이 제시하는 이 지도에서 세심히 볼 대목은 영국은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최신 정보가 누락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어 저리 표시된 것인가? 후자다.
이 놈은 이빨이 스무 개인데, 개중에서도 앞니가 열라 강해서 지름 30cm인 나무도 10-15분 만에 갉아 쓰러뜨린다고 한다. 근자 뉴욕타임스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이 비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그 대문에 제시한 사진이 아래라
이를 보면 제목이 스코틀랜드에 다시 등장하게 된 비버가 이곳 농부들의 분노 ire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한다. 농부들한테는 저승사자라는 전언이다.
왜 그런가? 저 대문 사진이 그 비버의 포악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저게 뭐냐 하겠지만 비버라는 놈들이 갉아서 아작을 낸 나무들이다. 이러니 나무가 버텨내며 숲이 당해내겠는가?
이 비버라는 놈들은 이렇게 잘라낸 나무들로 서식지를 만들고 댐까지 만드는데 그 댐이 소양댐이나 팔당댐 수준을 능가하는 것도 있다.
아래 사진이 바로 이른바 비버 댐이다. 이걸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나무가 희생되었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강이나 늪에 사는 이 놈들은 나무나 돌, 그리고 흙으로 섬을 만들어 그네들의 철옹성으로 삼는다. 매년 봄에 2~8마리에 달하는 새끼를 까니 그 번식성이 쥐새끼 수준이다.
낮에 보인다면야 쉬 때려잡기라도 하겠지만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나무껍질을 주로 벗겨 먹으니 이놈들이 저지른 패악상은 아래 사진이 증명한다.
아주 작살을 낸다. 나무를 죽인다. 벌목공 수준이다.
영국에서 야생 비버는 이미 16세기에 멸종했다. 털을 노린 남획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야생 비버가 대략 20년전쯤 다시 나타나더니 스코틀랜드만 해도 그 숫자가 급속도로 불어나 2017년에 파악된 것만 251군데서 1천마리라 하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졌을 리는 만무한 비버는 실은 20년 전 Perthshire 라는 데서 아마도 이를 애완용으로 길렀을 개인이 불법 방류하면서, 혹은 그들이 탈출하면서 다시 야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랬지만 스코틀랜드 정부에서도 2009년 이래 14년까지 Argyll 반도 Knapdale 이란 데서 그 복원사업을 벌였다. 다만 그 성과는 좋지 않아 풀어놓은 21마리 비버는 Tayside 라는 데로 옮겨졌다
암튼 지금은 스코틀랜드 환경당국인 NatureScot 조사 결과 현재 대략 천마리 정도 야생 비버가 이 지역에서 파악됐다.
하지만 농부들이 나섰다. 저 놈들이 농사를 망치니 사냥을 허가해 달라해서 115마리를 때려잡아 죽였으며 31마리는 덫에 걸려 생포되고선 England 와 Wales 로 이송됐다.
아래 가디언 기사가 이런 내용들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환경론자들은 어찌 변호하는가?
이걸 보면 그 보호논리가 집약하는데 비버가 강물 유속을 느리게 해서 홍수 피해를 줄인다는 말이 눈에 띤다.
한데 이 말처럼 자가당착도 없다. 이쪽이나 저짝이나 환경론자들은 댐이라면 질색하는데 그래 비버가 만든 댐은 괜찮고 사람이 만든 댐은 안된단 말인가?
초식인 비버가 다른 동물을 직접으로 해치지는 않겠지만 농작물은 작살낸다.
앙증맞기만 할까?
생태계 복원이 실은 재앙일 수도 있다.
그 재앙을 우리는 수달과 산양에서 직면한다. 천연기념물도 모자라 멸종위기종으로까지 덤터기를 쓴 저놈들이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더니 이젠 전국에 출몰하지 않는데가 없다.
환경파괴종이다.
황새도 복원한다 난리다. 황새가 축복인가?
그건 서울 아파트 사는 놈들한테나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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