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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분단하는 수승대搜勝臺 vs. 수송대愁送臺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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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수승대는 이 방구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 경관 일대를 지칭하나, 이 돌덩이야말로 찐빵의 앙코와 같아, 그 모양은 흡사 공중에서 내려다 보면 자라 아니면 거북 모양새라, 그런 까닭에 이를 지칭하는 말 중에 거북 구龜자를 활용한 것이 있다. 

이 일대를 지칭하는 말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들 맘대로라, 그럼에도 하나 변할 수 없는 것은 그 위상은 퇴계 이전과 이후로 현격히 달라진다는 것이니, 다시 말해 이곳은 퇴계를 만남으로써 일약 위상이 저 하늘을 향해 치달으니, 와! 퇴계가 이곳을 지목했다 해서 이후 너도나도 찾아서 바위에다가 sns 방명록을 남기듯 하는 일이 잇달았으니

수송대愁送臺? 이름이 왜 그래? 이리 우중충해? 좀 밝은 이름으로 바까!!! 해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수승대搜勝臺라!!!

 

 

퇴계는 실은 이곳을 찾은 적이 없다. 인근 마을이 마누라 아버지, 곧 우리가 장인이라 부르는 사람이 터잡은 곳이라 그곳에 들른 길에 누가 수송대라는 데가 있는데 경치가 졸라 좋다!!! 하니, 저 또한 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들리지는 못하고 다만!!!!

문장 구조로 보면 愁送(수송)은 주어+동사 혹은 부사 수식어+동사 구조라, 전자로 본다면 근심이 누군가를 보낸다는 뜻이며, 후자로 본다면 근심에 서려서 누군가를 보낸다는 뜻이거니와, 성문종합한문으로 한문을 깨친 퇴계가 이를 모를 리 없어 이 우중충함이 싫었던 것이니와

그래서 좀 밝은 이름이 어때? 하면서 내민 것이 바로 搜勝(수승)이라, 그 경치에 이끌려 흔히 빼어난 경치라 해서 秀勝 아닌가 하겠지만, 퇴계는 나름 고심해서 내놓은 것이 바로 搜勝이니, 이는 동사+목적어 구조라 예서 勝이란 경승景勝을 말하거니와, 영어로는 landscape 정도에 해당하는 말이라, 뛰어난 경치를 탐색한다는 뜻이다. 이에서 핵심은 搜라는 동사인데 나는 이 점이야말로 퇴계 미학의 핵심으로 본다. 

하고 많은 동사 중에서도 저걸 고른 이유가 그 자신만 알겠지만, 손으로 헤치고 헤집고 드간다는 맥락이 있으니, 저 말이야말로 그 자신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일대 경승을 실로 적확하게 포착한 것으로 본다.  

 

 

퇴계가 획책한 이러한 창씨개명의 역사는 다름 아닌 수승대 현장에 고스란히 남았으니, 저거야 말할 것도 없이 후대 누군가가 새겼겠거니와, 

이에서 보듯이 다른 데도 아닌 현장에 두 지명에 얽힌 내력을 바위데가 깊에 각인刻印해 놓았다!!!!

한데 어느 하나를 버리고, 더구나 오늘의 수승대를 있게 한 절대의 공신인 수승대를 버리고, 500년을 거슬러 수송대로 간단 말인가?

어떤 얼빠진 놈이 이런 결정을 한단 말인가? 

이산가족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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