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암집葛庵集은 조선 후기 숙종 연간에 주로 활동한 문신이자 학자 이현일李玄逸(1627~1704) 시문을 모았으니, 그 권 제27권은 행장行狀 묶음이라,
주로 남들이 죽어 생전에 그 사람이 얼만큼 훌륭한 행적을 남겼는지를 정리한 글들이라, 간단히 요새로 말하면 부고 기사 모음집이다.
주로 글을 잘 쓴다 소문 나면, 저런 남의 행장이나 써 주고는 쌀 한 말 보답으로 받는 일이 상례가 되거니와, 말이 행장 곧 부고기사지 이거 잘해야 본전이라, 한 구절 때문에 원수가 되기도 한다.
암튼 저 이현일이라는 양반이 어찌 된 일로 본인은 생전에 보지도 못한 김륵金玏(1540~1616)이라는 사람 행장도 쓰게 되었으니, 아마 그 후손이 인연이 있어 부탁한 것이리라.

행장은 원고 혹은 초고가 따로 있어, 그것은 부탁하는 사람 혹은 집안에서 정리한 글이 있는데, 보통은 그 초고를 그대로 다 녹이게 되는데, 왜? 그대로 쓰지 않았다간 반드시 사단이 나기 때문이다.
행장은 대개 어찌 쓰는가 하면 그 초고 원고를 거의 그대로 전재하되, ctrl+c, ctrl+v를 하기 마련이라, 문장만 대개 손 보고 다듬는 수준이다.
이 초고랑 최종 원고를 내가 몇 개 비교해 봤더니 다 그랬다.
뭐 이래 놓고서는 행장 쓰느라 머리 싸맸다느니 하는 토로 많이 보는데, 이거? 다 거짓말이다.
그때나 요즘이나 마찬가지라 청탁 받고서는 평소에는 탱자탱자 놀다가 원고 마감 시한 되어 독촉 오면 그때서야 붓 잡고 종더러 먹 갈라 하고선 벼락치기로 쓴다.
그래도 필자가 아주 창작하는 데가 있으니 명銘이라 하는 부분이라, 이것도 실은 암것도 아니어서 본문을 축약한 운문이라, 뭐 맨날맨날 쓰는 표현이 있어 하늘 땅과 함께 그 이름 영원하리라 하면 그만이다.
행장 쓴다 고생했다 징징거리는 조선시대 지식인 글을 보면, 글 쓴다 날밤을 계속해 깠다 하지만, 음미할 만한 대목은 눈꼽만큼도 없는 작금 한국 지식인 사회 논문 보는 듯하다.
가만, 내가 이 얘기함이 아니었는데 또 샜다.
에잇 일단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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