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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Wet lab을 정리한 후의 정체성

by 초야잠필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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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니덤은 과학사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실험을 한 사람이다. Wet lab에서 Dry lab으로 성공적 탈바꿈을 한사람이라 하겠다. 이런 측면은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도 마찬가지다.

 

과학계에서 wet lab이라 하면 dry lab의 상대적인 말로, wet lab은 일반적인 실험실을 말한다. 

대개 실험에는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나온 이름으로, 일반인들이 실험실 하면 떠올리는 연구실이 바로 wet lab이다. 

반면에 dry lab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wet lab 없이 dry lab으로만 연구실을 끌고가는 학자도 요즘 많다. 

예를 들어 생명정보학 bioinformatics는 대표적인 분야로 이 연구는 많은 우수한 연구실들이 wet lab없이 dry lab, 
강력한 서버에 연결된 개인 컴만으로 작업을 한다. 

dry lab이라고 해서 wet lab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물론 dry lab은 일반적 실험을 포기하고 작업하므로 그런 면에서 불리한 점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연구자 몫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제 대학에서 지원하는 연구는 다섯 손가락 정도의 해만 남은 필자로선, wet lab보다는 빨리 dry lab으로 전환하는 것이 60이후의 연구인생을 보장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대학을 나가게 되면 더이상 실험은 못하기 때문이다. 

wet lab에 전적으로 의존한 많은 연구자가 이 때문에 대학을 나서는 일을 두려워한다. 

사실상 연구인생의 종지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dry lab을 유적학적 분석, 역사학적 분석, 고고정보의 분석 등으로 끌고 나갈 생각인데 그렇다면 필자의 정체성은 이제 무엇이 되는 것일까? 

역사학자? 
문명비평가? 
과학자? 

문명비평가라는 말도 요즘 많이들 쓰던데 필자는 이런 정체성은 없다. 

문명비평이라기보다는 필자의 연구 관심은 훨씬 주제의 폭에서 좁고 구체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과학자와 역사학자 사이의 뭔가로 이름을 부여하면 좋겠는데 과학사가는 전통적인 이쪽의 역할로 볼 때 필자와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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