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잘한 일, 그렇지 아니한 일로 가르마를 타고 싶진 않다.
한때 문화재로 이름께나 알리며 나름 기고만장한 시절 왜 방송 쪽에서의 유혹과 같은 손길이 아주 없었기야 하겠는가?
이런저런 끈이 다 떨어진 지금이야 설혹 나대고 싶어도 나댈 공간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아주 방송을 멀리한 건 아니어서 개끌리듯 끌려나가곤 했으나 극력 피해다녔다.
저 무렵엔 이빨도 한 이빨할 때라 방송이라 해도 라디오방송만큼은 아주 장기간 하기도 했지만 얼굴 파는 티비 방송은 이상하게도 막연한 거부가 있었다.
왜 그랬느냐 묻는다면 그럴 듯한 이유도 없다.
다만 돌이켜 보면 이만큼 나를 팔았으면 됐지 왜 굳이 얼굴까지 팔아야 하느냐 하는 알량함도 없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래서 잘했다? 그래서 아쉽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아쉬움도 없고 그런 유혹을 이긴 나를 향한 찬상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저런 자세로 살던 무렵 저런 자리에 모습을 들이밀기 시작한 연구자, 이 경우 나는 제대로 된 연구자를 말하는데 방송을 멀리하라는 충고는 자주 했다고 기억한다.
이유는 마약론이었다.
영상매체는 마약이다. 맛보면 맛볼수록 그 달콤함에 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진짜 연구자가 방송으로 빠지는 일을 경계하고자 했으니 어쩌면 자화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방송 영상 매체 혹닉한 연구자 치고 제대로 된 연구자 못 봤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걸 멀리하는 연구자가 진짜 연구자임을 완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일 수도 없다.
이젠 저런 시절도 아승끼전세겁 일이라 그리하며 살아가는 와중에
어쩌다 모 공중파 오락성 교양 프로그램이 무슨 주제와 관련해 나를 인터뷰하고 싶단 연락이 왔으니
그래 이젠 이런저런 고려할 것도 없는 홀가분한 백수요 기껏 한두컷 들러리일 테니 흔쾌히 한다 한 일이 있다.
문젠 그리 알고 응했는데 나한테 무슨 뽕을 뽑고자 함인지 이미 쭉정이가 되어버린 나를 시간반이나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가?
뭐 이래 봐야 잠깐 등장하고 말리라.
어떤 모습으로 방영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방영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런 데서 널 봤다는 주변의 고자질이 없으니 미방영 아닌가 싶다.
머리 더 허연 내가 방송에서 어찌 비칠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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