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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14

벼농사의 남하와 북상 벼는 아열대 식물이다. 정확히는 베트남과 광동성 일대 어딘가의 야생벼가 경작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양자강 일대로 확산되어 크게 번창한 것이 벼농사다. 이후 산동성일대까지 북상하여 그 일파가 묘도군도를 거쳐 대동강유역을 지난 다음 한반도, 일본열도로 빠져나갔다고 필자는 본다. 벼농사의 이동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남하할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북상할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벼라는 녀석이 아열대식물이라는데 기인한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로 넘어온 후 대동강일대에서 한반도 남부, 그리고 일본열도로 남하하며 전파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을 거라는 것이다. 일본열도로 건너가면 큐슈에서 기나이까지지는 거의 동위도로 동쪽으로 횡보할 뿐 위도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세토나이해 일대도 벼농사가 굉장히 빨.. 2023. 11. 22.
나락은 어찌 해서 퇴출되었는가? 내 고향 논에서 이제 나락 구경하긴 힘들다. 하지만 역사 거슬러 오르면 20년 전까지도 모든 논 구십구프로가 나락 농사를 지었다. 소출 혹은 소득이 가장 낮은 농산물 중 하나가 나락이다. 무엇이 변하게 했는가? 나는 시대가 그리 만들었다 본다. 나락을 심어야 했던 이유는 우선은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굶지 않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쌀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락 농살 지었다. 혹자는 나락 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을 바보천치라 한다. 그들이 그걸 몰라 나락을 심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젠 논에다 나락을 심지 않는다. 등신인 줄 아는 까닭이다. 하다못해 산에서 고사리를 캐다 논에다 심기도 한다. 저 고사리 논은 내 엄마 소행이다. 엄마가 말한다. "지금 누가 덩신맹키로 나락 농사 하노?" 그.. 2023. 8. 28.
"한국에서의 도작"은 고도의 기술이었다 앞서 도작농경이 가능한 정도의 기술 수준이라면 양잠도 당연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썼었다. 도작농경 자체도 물론 대단한 수준의 농업 기술이지만, 특히 "한국에서의 도작"이야 말로 매우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은 도작이 제대로 수행되기에는 위도가 너무 높다. 원래 쌀은 이렇게 높은 위도에서 재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열대-아열대에서 자라던 녀석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다 보니 필요한 일조량을 아슬아슬하게 채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문에 한국의 벼농사는 조금만 시작이 늦거나 종료가 조금만 지체되어도 한해 농사를 망치는 극한의 타임테이블에 따라 움직이는 빡빡한 농사가 되어버린것이다 (원래 쌀농사라는 것이 이렇게 빡빡한것이 아니라는 것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보면 알수 있.. 2022. 11. 13.
모내기가 도박이었던 벼농사로 먹고 사는 나라 20세기 이전 전근대 사회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란 절대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전근대사회에서 농업생산력은 그 나라 인구나 국부와 직결되어 있고 특히 동아시아 사회에서 쌀 농사 생산력은 그 나라 국세를 결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 사회는 모내기가 보급된 이후 거대한 변화가 일었다. 농업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가 인구가 급증하고 이렇게 축적된 힘이 19세기 중반, 서세동점의 추세에 버틸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좋다. 일본이 식민지가 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힘의 바탕도 결국 도작을 중심으로 한 그 전통사회의 농업생산력에 기반한 것이다. 모내기가 동아시아에 보편화하여 생산성을 급증시키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한국의 경우, 주변국가에 비해 국세가 위축되고 마침내 20세기.. 2022. 8. 21.
한반도 도작 환경의 변화 자세한 것을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한반도는 도작 도입 당시가 벼농사 재배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가 시대가 뒤로 갈수록 그 조건이 점점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 전체의 입지로 보면 훨씬 북방까지 도작에 양호한 자연환경 조건이었다가 시대가 뒤로 갈수록 조건이 악화하여 도작 가능한 영역이 축소되어 보다 남쪽으로 도작이 후퇴하는 양상이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 사건을 제외하고 보면 한국사에서 만주의 상실은 이러한 도작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훨씬 북쪽까지 도작이 가능하다가 조건이 악화하면서 남쪽으로 도작문화가 후퇴하는 상황이 바로 "만주의 상실"로 역사상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본다면 남만주와 한반도 북부에 살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 2022. 8. 17.
한반도의 기후 변동 앞으로 따로 쓸 일이 있겠지만 필자는 연구에 인문학적 색채를 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아시아사를 따로 공부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대학원에 적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 중국사에 대한 석사논문을 하나 쓰고 있는데 아마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 될 것 같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중국은 고환경에 대한 연구가 제법 있다. 특히 지난 수천년간의 기후변동에 대해서는 축적된 성과가 좀 있는데 우리역사의 해석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맛보기로 하나. 중국에서 갑골문이 만들어지던 시대에는 코뿔소나 물소 등 아열대 동물이 황하 유역에 살고 있었는데 기원전 1000년기 전반에 기후가 급변하면서 멸종한다. 구체적으로는 서주-춘추시대 사이의 사건이..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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