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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73

이규보가 증언하는 대충대충 토목건설 전집 권24를 보면 "계양桂陽의 초정기草亭記"란 글이 있다. 계양, 곧 인천광역시 계양구와 부평구, 서울 구로구 등지를 합친 지역의 부구청장 격이었던 이규보가 거기 있던 초가지붕 정자 하나를 재건하며 적은 기문記文이다. 그걸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오기 전에 이 정자는 뜻밖에 거문고를 불태우고 학鶴을 굽는 자(필자 주: 풍류라고는 모르는 인간)에게 헐리게 되어 황폐하고 쓸쓸한 옛터만 남았을 따름이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슬프게 여겨 고을의 아전을 불러 말하기를, “이 정자는 이실충李實忠 태수太守가 창건한 것인데, 무엇이 너희 고을을 해롭게 했기에 감히 헐어버렸더냐. 옛사람은 그 사람됨을 사모하여 감당(甘棠, 아가위나무)을 베지 않은 일이 있었거늘, 너희 고을에서는 감히 정자를 헐었느냐?” 라고 .. 2023. 10. 30.
백운거사 이규보를 디립다 깐 농암 김창협 조선 후기의 문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이 중국과 한국의 선배들을 평하면서 우리의 백운거사 형님도 논한 적이 있다. 뭐라고 말씀하셨냐 하면 요사이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 1628~1692)이 엮은 《기아箕雅》의 목록을 보니 이규보의 문장을 우리나라에서 으뜸이라고 칭찬하였는데, 내 생각에 그 논의는 매우 옳지 못하다. 시작부터 쎄게 나오신다. 까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논지를 전개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데....일단 읽어보자. 이규보의 시는 동방에 명성을 떨친 지가 오래되었으니, 선배 제공諸公들도 모두 따라서 미칠 수 없다고 추앙하였다. 이는 그의 재능이 민첩하고 축적된 식견이 풍부하여 많이 짓고 빨리 짓기를 겨루자면 당대에 따를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조어造語 능력.. 2023. 10. 10.
동이 비우니 달도 비어 by 이규보 산에 사는 스님 달빛 탐내어 山僧貪月色 한 동이에 달 물 함께 길었네 幷汲一甁中 절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으리 到寺方應覺 동이 기울면 달도 빈다는 것을 甁傾月亦空 ㅡ 이규보, 후집 권1, 고율시古律詩, 2수 중 1수 *** 백운거사 숱한 시 중에서 절창으로 꼽는다. 2023. 10. 9.
고주망태 백운거사 이규보로 소환하는 고려도기전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고려도기전高麗陶器展을 하는데 백운거사께서도 도앵陶罌에 담긴 박주薄酒를 질그릇 잔에 부어 자셨을 테니 전시 하는 김에 한 잔! 기왕 백운거사를 그린 거, 아마 그 분이라면 술을 빚어 그득 담아놓은 질항아리를 적어도 하나 이상은 갖춰두고 있었을 것이다. *** Editor's Note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작금 고려도기 전을 개최 중이거니와 한국사를 대표하는 고주망태 백운거사 이규보 모델로 내세운 마케팅이 있다. 이제 문화재 전시도 판에 박힌 유물 지상주의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겠는가? 이규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전 하나 기획해 봄이 어떻겠는가? 2023. 9. 16.
유홍개庾弘蓋, 이규보가 건진 고려의 제주 지방관 나 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한 인물이 있다. 유庾씨인 것을 보아 고려 개국공신 유금필庾黔弼의 후예인 평산 유씨 아니면 무송 유씨였을 게고 과거에 급제했거나 음서로 출세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건 제주濟州에 지방관으로 부임했다는 것 말고는 업적이건 뭐건 알려진 것이 없는데 만약 후집에 그에게 보내려 한 이규보의 시가 실리지 않았던들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제주에서마저 잊혀진 그 이름 유홍개여. 지평선 저 너머 머나먼 길 전송할 때 / 漫長路垠送遐征 눈물 어린 깊은 정감 스스로 알겠네 / 淚墮方知自感情 - 시랑(侍郞, 여기서는 이수李需란 이다)이 태수를 전별하는 정감을 말한다 파도 잔잔하니 무사히 바다를 건널 테고 / 瀾涉穩堪尋過海 술이 얼근해지니 자꾸 잔을 권하려네 / 酒傾醺好更斟觥 천성이 옹.. 2023. 7. 11.
우연히 우물서 마주한 나 by 이규보 청동거울 보지 않은 지 오래라 / 不對靑銅久 내 얼굴 어떤지 기억도 못하네 / 吾顔莫記誰 우연히 다가서 우물 비춰 보니 / 偶來方炤井 옛날에 조금 알던 얼굴 같구나 / 似昔稍相知 - 전집 권18, 고율시, "우물에 비추어보고 장난삼아 짓다炤井戲作"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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