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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73

토실土室을 허문 이규보, 왜? 이규보가 요즘 태어났다면 온수매트나 에어컨을 쓰지 않고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지냈을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왜, 저 유명한 가 전집 권21에 있지 않던가. 10월 초하루에 이자李子(이규보 본인)가 밖에서 돌아오니, 아이들이 흙을 파서 집을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무덤과 같았다. 이자는 뭔지 모르는 체하며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집안에다 무덤을 만들었느냐?” 하니, 아이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무덤이 아니라 토실土室입니다.” 하기에, “어째서 이런 것을 만들었느냐?” 하였더니, “겨울에 화초나 과일을 저장하기에 좋고, 또 길쌈하는 부인들에게 편리하니, 아무리 추울 때라도 온화한 봄날씨와 같아서 손이 얼어터지지 않으므로 참 좋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를 보면 고려시대 관료계층의 .. 2023. 4. 15.
고려시대에도 개미는 있었다 개미보다 더 작은 것은 없건마는 / 微莫微於蟻 벌레를 끌고 잘도 달아나는구나 / 曳蟲猶善走 크거나 작거나 모두 똑같이 보니 / 大小若等視 범이 온갖 짐승 제압하는 것 같도다 / 如虎制百獸 - 후집 권10, 고율시, "개미가 벌레를 끌고 가다 쌍운 蟻拖蟲 雙韻" 2023. 4. 13.
팔만대장경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은 이규보 문집 《동국이상국집》 이규보 문집인 《동국이상국문집東國李相國集》은 현존하는 그 체제 골격이 다름 아닌 이규보 본인 뜻에 따랐으며, 나아가 그의 생전에 출판을 목전에 두었다는 점을 우선 주목할 만하다. 그 문집 앞에 붙은 그의 연보年譜에는 그의 아들 이함李涵이 쓴 서문이 있으니, 이로 보아 이 연보 또한 그의 생전, 혹은 늦어도 이규보 죽음 직후에는 이미 정리됐음을 본다. 이는 저 문집이 철저히 이미 이규보 당대에 후세를 위해 준비된 출판기획이라는 뜻이다. "함涵이 옛사람 문집과 연보를 보니 모두 연보 중에 그 저술한 본말과 이유를 소상히 적어 서로 참고가 되도록 하였으나 대개 옛사람 시집詩集이 꼭 저술한 연월을 표시하지는 않은다. (그럼에도 연원을 표시한 경우는) 무엇에 의거하여 소상하게 실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가공家公(아.. 2023. 3. 2.
수건 뒤집어 쓰고 이규보한테 밥을 빈 여인 넌 비록 사인으로 태어났으나 / 汝雖生士族 밥 비니 이미 비천하게 되었다 / 丐食已云卑 다시 또 무엇이 더 부끄럽다고 / 更亦懷何恥 다 떨어진 두건 뒤집어 썼더냐 / 猶蒙破羃䍦 - 후집 권8, 고율시, "어떤 사인士人의 딸이 밥을 빌러 왔기에 밥을 주고 나서 시를 짓다" *** 편집자注*** 사인이란 조선시대로 말하면 양반쯤 된다. 집이 곤궁해져 거지가 된 모양이라 이규보 집에 밥 달라 왔지만 차마 쪽팔려 얼굴을 드러내지 못해 수건을 뒤집어 쓴 모양이다. 그 모습이 측은했는지 그 감상을 적었으니 그 딸과 그 집안은 요새 같음야 두 번 조리돌림당한 셈이니 이규보가 더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물론 백운거사는 그 사인과 딸을 몰명沒名했지만 당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을 것이다. 2023. 3. 1.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이규보한테 쌀을 꾸는 백수 1주일 1이규보도 사실 벅차지만, 일요일이니 비축분 푼다 생각하고 하나 더 올려본다. 앞서도 여러 번 봤지만 우리의 백운거사, 이규보 선생의 형편은 그닥 넉넉지 못했다.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랐어도 빠듯한 살림살이를 한탄하는 문구는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고수는 많다. 오죽하면 주변머리없는 이규보에게까지 쌀을 꾸는 사람이 다 있었다. 동년同年이라고 하니 이규보와 같은 해 과거에 붙은 인물인가본데, 관직을 얻지 못한 백수 신세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상대가 궁중에서 숙직을 서고 있는데 집도 아니고 그쪽으로 편지를 다 보냈겠는가. 당직근무 서고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궁 밖을 나서려다 그 편지를 본 백운거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는지. 얼마 전까지 같은 처지였던 자신.. 2023. 2. 27.
이규보가 증언하는 이웃 기생집 화재 하늘에 닿은 불꽃 노을처럼 붉더니 / 連天赫焰劇霞丹 연기 속 미인 울음 어슴푸레 들리네 / 暗聽煙中哭翠鬟 무정한 화재는 어찌 그리 심했던가 / 回祿無情何大甚 화장대며 춤추는 집 모두 타버렸네 / 粧臺舞館總燒殘 - 후집 권5, 고율시, "이웃 기생집에 불이 나다隣妓家火"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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