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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29

푸른 하늘에 토설하는 시 푸른 하늘을 종이 한 장 삼아 내 뱃속의 시를 적으리라 - 이백(702-762) *** Editor's Note *** 태백은 호방하다지만 난 그를 볼 때마다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그의 본령은 파토스 pathos지 호방은 무슨 얼어죽을? 저 구절은 이태백 망여산오로봉望廬山五老峯, 곧 여산 오로봉을 바라보며 라는 시 후반부로 전체는 다음과 같다. 五老峰爲筆 오로봉으로 붓을 삼고 三湘作硯池 삼상 강물은 벼루에 담네 靑天一張紙 푸른 하늘 종이 한 장 삼아 寫我腹中詩 내 마음 속 시를 적으리라 이 시를 안중근이 좋아한 듯, 이를 쓴 그의 필적이 전하니 아래가 그것이라, 안중근기념관 이주화 선생이 소개한다. 2023. 10. 20.
와이로, 커미션, 급행료, 윤활유 이자李子(이규보)가 남쪽으로 어떤 강을 건너는데, 때마침 배를 나란히 해서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두 배의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도 같으며, 배에 탄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달려서 벌써 저쪽 언덕에 닿았지만,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고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 때문이오.” 라고 하였다.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탄식하기를, “아, 이 조그마한 배가 가는 데도 오히려 뇌물의 있고 없음에 따라 느리고 빠름, 앞섬과 뒤처짐이 있거늘, 하물며 벼슬을 다투는 마당에 있어서랴? 나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을 생각하.. 2023. 10. 20.
태사공자서를 읽다가 인간의 정신이란 너무 많이 사용하면 말라버리고, 육체 또한 지나치게 혹사시키면 지쳐서 병이 나는 법이다. 육체와 정신을 못살게 굴면서 천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인간의 삶은 정신에 의탁하며, 정신은 육신에 의탁한다. 정신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신을 너무 혹사하면 병이 난다. 정신과 육체가 일단 분리되면 사람은 죽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사람 역시 다시 합칠 수 없다. 때문에 성인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신은 생명의 근본이요, 육체는 생명의 기초다.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지도 않고 “내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니 대체 무엇을 믿고 큰소리를 치는 것인가? ... 2023. 10. 18.
김옥균을 죽인 홍종우 서문 실린 관풍안 번역 서비스 개시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고도서를 번역 출간해 세상에 알리는 '고전총서'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작년에 번역 용역을 수행하고, 올해 발간한 책을 이제 누리집에 올립니다. 고전총서3 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상하 800여년, 제주에 와 제주를 다스렸던 지방관 명부입니다. 김옥균(1851-1895)을 쏘았던 그 사람, 제주목사 홍종우(1850-1913)의 서문이 실리는 등 다른 기록에선 보기 힘든 사실이 여럿 있습니다. 책을 드리고 싶지만, 비매품으로 소량만 인쇄했기 때문에 요청에 다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립제주박물관 jeju.museum.go.kr *** 관련 보도는 아래 참조 800여년간 제주 내려온 지방관 명부 '관풍안' 번역서 발간 송고시간 20.. 2023. 10. 16.
개성상인의 근대 생존기, 춘포 공성학의 경우 한국의 근대를 살짝 비틀어본다면, 이보다 더 다이나믹한 시대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차별받던 서얼, 중인, 서북인 등이 기지개를 펴고 출세의 사다리를 올라가 황제의 측근도 되고 나라걱정에 불타는 개화운동가도 되었던 시절이 개화기였다. 고려 500년의 수도 개성 출신도 이때부터 세상에 이름 드날리는 이가 많아져, 김택영金澤榮(1850-1927) 같은 한문학의 대가가 나오는가 하면 한두어 세대 아래 황종하黃宗河(1887-1952) 4형제나 김인승金仁承(1911-2001), 김경승金景承(1915-1992) 형제 같은 예술가, 마해송馬海松(1905-1966) 같은 문인이 등장한다. 그러나 개성하면 뭐니뭐니 해도 상인의 도시 아니던가. 그런 상업의 전통은 근대에도 이어졌는데, 이에 관해서는 양정필.. 2023. 10. 15.
백운거사 이규보를 디립다 깐 농암 김창협 조선 후기의 문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이 중국과 한국의 선배들을 평하면서 우리의 백운거사 형님도 논한 적이 있다. 뭐라고 말씀하셨냐 하면 요사이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 1628~1692)이 엮은 《기아箕雅》의 목록을 보니 이규보의 문장을 우리나라에서 으뜸이라고 칭찬하였는데, 내 생각에 그 논의는 매우 옳지 못하다. 시작부터 쎄게 나오신다. 까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논지를 전개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데....일단 읽어보자. 이규보의 시는 동방에 명성을 떨친 지가 오래되었으니, 선배 제공諸公들도 모두 따라서 미칠 수 없다고 추앙하였다. 이는 그의 재능이 민첩하고 축적된 식견이 풍부하여 많이 짓고 빨리 짓기를 겨루자면 당대에 따를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조어造語 능력..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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