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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25

2억1만8천780리를 퍼스트클래스로 사뿐히 내려앉은 해모수 내 옛사람에게 들으니 / 吾聞於古人 하늘과 땅은 거리가 / 蒼穹之去地 이억 만 팔천하고도 / 二億萬八千 칠백 팔십 리란다고 / 七百八十里 이규보의 속 구절이다. 2억 만 팔천 칠백 팔십리라. 같은 문헌을 보면 억億이란 10만을 가리키는 단위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계산하면 218,780리. 조선시대 단위로는 10리가 대략 5.4~5.7km였다니 5.5km라고 하고 계산해보면 12만 329km 남짓이 된다.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런가 하면 또 하늘과 땅 사이 높이를 이렇게 본 분도 있었다. ‘노락당老樂堂과 하늘 사이가 한 자 다섯 치 밖에 되지 않는다’ 흥선대원군이 그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운현궁을 대대적으로 지어올릴 때 당시 대제학이던 김병학이 지어올린 한 대목이다. 지.. 2023. 11. 7.
오천 번을 썼다는 圖書集成[도서집성]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규장각 검서관을 지내던 어느 때 당대 명필 송하松下 조윤형曺允亨(1725~1799)을 찾아가 글자를 써달라 했다. 무슨 글자냐 圖書集成 네 글자다. "어째서?" "대감께서 ’도서집성’만 오천 번 넘게 쓰셨으니, 그 글자는 통달하시지 않았겠나이까?" 저 장정이 정조 시절 그것이라면 제목도 송하 선생 글씨겠지. 그 사위 자하 선생이 거니시던 자하연 골짜기와 멀지 않은 곳에서 보자니 감회가 새롭다. (2015. 10. 31) *** 고금도서집성에 관한 글로 아래를 참조하자. 일본은 벌써 사 갔는데 왜 너흰 지금에야? 일본은 벌써 사 갔는데 왜 너흰 지금에야?일본에 대한 밑도끝도 없는 한민족 우월심은 연원이 매우 깊어, 이것이 결국에는 요즘의 한민족 내셔널리즘으로 귀결.. 2023. 10. 31.
이규보가 증언하는 대충대충 토목건설 전집 권24를 보면 "계양桂陽의 초정기草亭記"란 글이 있다. 계양, 곧 인천광역시 계양구와 부평구, 서울 구로구 등지를 합친 지역의 부구청장 격이었던 이규보가 거기 있던 초가지붕 정자 하나를 재건하며 적은 기문記文이다. 그걸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오기 전에 이 정자는 뜻밖에 거문고를 불태우고 학鶴을 굽는 자(필자 주: 풍류라고는 모르는 인간)에게 헐리게 되어 황폐하고 쓸쓸한 옛터만 남았을 따름이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슬프게 여겨 고을의 아전을 불러 말하기를, “이 정자는 이실충李實忠 태수太守가 창건한 것인데, 무엇이 너희 고을을 해롭게 했기에 감히 헐어버렸더냐. 옛사람은 그 사람됨을 사모하여 감당(甘棠, 아가위나무)을 베지 않은 일이 있었거늘, 너희 고을에서는 감히 정자를 헐었느냐?” 라고 .. 2023. 10. 30.
[주말단상] 저 팽이처럼 내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를 만난다. 상대의 '선'을 넘는 일 - 그럴 때면 바로 사과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니까. 물론 어째서 그랬는지 해명을 하고 싶지만, 그 해명도 사과를 하고 상대가 받아준 뒤의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지, 그 균형을 찾기가 힘들 때가 있다. '이렇게 해도 상대가 괜찮을까?' '어디까지 가야 불쾌해하지 않을까?' 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말이다.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는 괜찮겠지, 또는 은근히 뭔가 기대감을 갖고 일부러 넘나들기도 하겠고. 저 팽이처럼 생긴 청자 마상배(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 e뮤지엄)마냥, 자칫 잘못하면 어느 쪽으로.. 2023. 10. 29.
도자기를 그려본 김에 모란항아리 다음으로, 어쩌면 어슷비슷하게 좋아하는 도자기는 15~16세기 백자사발이다. 워낙 그 모습이 특징적이라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입구가 헤 바라져있고 아래로 갈수록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모아지는 형태다. 그 모양을 두고 옛날 고미술 상인들은 '데스까보데'라 했다 한다. 일본어로 '철모', 곧 하이바를 닮았단 뜻인데 아닌게 아니라 뒤집어보면 정말 머리에 써도 됨직한 모양이다. 이런 형태의 사발은 그 시절 꽤 유행했던지 크기도 다양하고 인화분청자나 귀얄분청자로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특히 굽 안에 '천지현황'이 새겨진 설백색 순백자 사발 세트가 유명하다. 이건희 기증전에 그 천지현황 사발 세트 하나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맑은 색과 당당한 생김새와 똑 떨어지는 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2023. 10. 29.
청화백자 모란무늬 항아리 도자사 전공자 방병선 선생님께서 도자기 스케치를 책으로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셨는데, 사실 도자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걸 그리는 건 다른 문제라서. 일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시험삼아 그려보고, 횡설수설이나마 글도 하나 적어본다. 내가 분원자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뜻밖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고려 전공이니 고려자기겠지 또는 요즘 유행인 달항아리겠거니 하다가 의외의 답을 들으니 그런가 싶은데, 그럴 때면 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다. "19세기에 분원에서 나온 청화백자 모란무늬 항아리, 그 청백색 때깔의 둥근 항아리를 좋아합니다." 꽤 흔한 형태에 문양이다. 가격으로 봐도 그리 비싸지 않다. 입술 아래 살짝 턱이 있는 걸 보면 뚜껑이 있었던듯 한데 남아있는 걸 보진 못했다. 그 시절에 ..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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