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442

진상하는 말이 죽어 파직된 경주 최부자 집안 제주 정의현감 1. 지금의 성읍민속마을이 있는 곳은 조선시대 정의현이라고, 제주 남동부 지역을 다스리던 고을의 읍치邑治가 있었다. 조선 태종 때 고을을 만들고 조정에서 현감縣監을 파견해 다스렸다. 2. 정의현감을 지낸 사람들 중에 뒷날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과 등을 뒤적거려보는데, 흥미로운 분을 만났다. 현종 때 정의현감을 지냈던 최국성(崔國成, 1626~?)이라는 분이다. 3. 이 분은 경주慶州가 본관이고 경주에 살았다. 경주의 경주최씨라...뭔가 생각이 날듯말듯해서 찾아보니 정말로 그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과 관계가 있는 분이다. 경주 최부잣집의 1대 최진립(崔震立, 1568~1637)의 동생 최계종(崔繼宗, 1570~1647)의 손자이고, 2대 최동량(崔東亮, 1598~1664)의 당질(최.. 2023. 5. 7.
김옥균 목을 딴 희대의 풍운아 홍종우 홍종우(洪鍾宇, 1850~1913)라는 인물이 있다. 근대 한국의 풍운아風雲兒가 한둘이 아니지마는 이 사람도 '풍운아'라는 이름에 크게 부끄럽지 않은 행적을 남겼다. 몰락한 양반 출신으로 시골을 전전하다 프랑스 1호 유학생이 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희대의 '풍운아' 김옥균(金玉均, 1851~1894)의 목숨을 거뒀으며, 황제의 신임을 받고 한 나라의 국정개혁을 주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사나이. 하지만 그의 전성시대는 너무도 짧았다. 1903년, 그는 이 땅의 남쪽 끝 제주목사로 내려온다. 프랑스 선교사가 엮은 '이재수의 난' 사후처리를 위해 조정에서 프랑스통인 그를 보낸 것이다. 홍종우는 제주에서 약 3년 지냈는데, 국어학자 김윤경(金允經, 1894~1969)은 그 시절의 홍종우를 '제주도의 나폴.. 2023. 5. 5.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1874-1945)의 대나무 한국 근대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좋든 싫든 일본 근대미술사도 보아야한다. 자연스레 일본의 대가大家들도 알게 되고, 그들의 작품이 어떠한지도 익히게 된다. 특히나 일본화日本畵 하는 작가들은 화풍의 변화양상이며 누구를 제자로 두었는지 하는 것을 알아둬야 한국 근대미술사를 넘나들며 공부하기 편하다. 그중에서도 양쪽에 꽤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작가가 있다.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 (1874-1945). 우리나라에서는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 수운首雲 김용수(1901-1934),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8)을 가르친 스승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남종문인화를 일본식으로 산뜻하게 재해석한 신남화新南畵의 개척자로 더 유명하다. 제자도 많이 두었고 일본 제국미술전람회, 문부성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여러 .. 2023. 5. 4.
유쾌하기 힘든 다이쇼大正 노스탤지아Nostalgia 1. 학부 때 일본사 수업을 들었는데, 이 강사분이 메이지 시대에서 바로 쇼와 시대로 뛰어넘어 수업을 진행했더랬다. 그래서 왜 다이쇼 시대는 안 가르치냐며 물었더니, 지금의 일본을 만든 건 메이지와 쇼와 시대이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현대 일본인에게도 다이쇼시대(1912~1925년)은 그닥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노스탤지어'나 '로망'이란 말을 썼을지도. 2. 우리로 치면 일제강점 초기 무단통치기와 3.1운동, 문화통치기에 걸친 이 시기는 일본에선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사람들의 어떤 열망이 들끓었던 때였다. 헌법수호운동, 보통선거법 제정 등이 이때 이루어졌고 수평사(부락민 차별 철폐 지향 단체), 신부인협회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했다. 야나기 무네요시, 가와이 .. 2023. 4. 29.
청구제영靑丘題詠, 홍경모가 모은 전국 팔도 누정 제영시 탁본첩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라는 탁본첩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문인 관료인 관암冠巖 홍경모洪敬謨(1774-1851)가 전국의 누정에 걸린 제영시 현판 420여 개를 골라 뜬 탁본을 엮어 만든 첩이지요. 말이 420여 개지 범위는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있고, 시대는 고려 중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상하 600여 년에 잇닿습니다(물론, 이분들의 친필이냐는 둘째 문제지만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얼마 전 촬영, 탈초번역과 발간을 마쳐서, 누리집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담당 연구사가 고생 많이 했지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보다 보니 은근히 부여 쪽 시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역대의 문인 묵객들이 스러진 나라의 왕도에서 느낀 감회가 컸겠지요. 그중 제가 눈에 확 꽂힌 탁본이 있습니다. 한국 한시 중에.. 2023. 4. 27.
간재 전우와 창강 김택영, 근대가 만든 '전통' 간재艮齋 전우田愚(1841-1922)와 창강滄江 김택영金澤榮(1850-1927)이란 인물들이 있다. 한 사람은 조선왕조 최후의 유학 종장宗匠으로, 한 사람은 한말韓末 한문학 4대가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은 기실 전통적 의미의 '양반'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선대에 특별히 큰 벼슬을 한 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기존의 '양반'들이 담지하고 있던 도학이니 한문학에 천착하여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루고 그것을 누구나 인정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의 삶이 근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가 조선의 '근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양반'들이 '양반다움'을 벗어던지고, 오히려 양반 아닌 이들이 그 양반다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던...(2020. 4. 26) 2023. 4.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