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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20

위창과 우현, 두 거장의 만남 1. 한국미술사를 공부한다면서 위창 오세창(1864-1953)과 우현 고유섭(1905-1944) 두 분께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두 분의 글 제목을 연구사의 첫머리에 얹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위창은 전통적 서화골동 감식의 마지막 세대였고, 우현은 미술사라는 새로운 학문을 익힌 첫 세대였다. 하지만 이들은 역대 한국의 미술이 지나온 궤적과 미술가들의 삶을 당시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섬세하게 살피고 정리해냈다. 2. 이들은 40년 넘는 나이 차가 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런 만큼 두 분이 만나고 교분을 나눌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둘이 만났다면 어떤 얘기를 했을까? 둘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상상은 꼬리를 잇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상상을 현실로 만들 근거가.. 2023. 10. 22.
망하기도 전에 폐허가 된 경복궁 1909년 5월 11일, 에 "북궐배람기北闕拜覽記"라는 가사 한 편이 실린다. 누군가가 당시 경복궁을 한 바퀴 휘 돌고 나와 그 감회를 적은 모양인데, 그이가 보기에 대한제국은 아직 남아있었건만 궁궐의 모습은 실로 처량맞았다. ▲草堂春日遲遲한대 不勝困惱 누엇더니 뎌 陽春이 나를 불너 烟景處로 차자갈새 信步轉往하난 길에 北闕內의다라르니 四面殿閣櫛比中에 緣陰景色可觀이나 眼前物色感觸하야 騷人思懷難堪일셰 ▲光化문을 졉어드니 百官出入하던 곳에 辟졔聲은 寂寞하고 內外巡査徃來時에 軍刀소래 뿐이로다 御溝中에 뎌 楊柳난 空自靑靑 새로웟고 芳艸離離 너른 마당 玩覽者가 縱橫하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勤政殿을 드러가니 左右兩列品階石은 草田中에 뭇져 잇고 日月屏下龍塌上에 無人掃除塵埃로다 無心할셔 뎌 연쟉은 飛來飛去喃喃이오 外國.. 2023. 10. 21.
청주서 퍼 마시고 옥천서 급사한 조선 태종의 특사 1404년(태종 4) 7월 20일, 왕명으로 경상도에 출장 나간 김단이라는 분이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죽었다. 이는 에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경상도 경차관慶尙道敬差官 김단金端이 옥주(沃州, 옥천)에 이르러 갑자기 죽으니, 임금이 듣고 불쌍이 여겨 내수(內竪, 환관)를 보내어 그 집에 조문弔問하고, 쌀과 콩 30석을 하사하였다. 김단의 아우 주서注書 김위민金爲民에게 명하여 역마驛馬를 타고 옥주沃州에 가서 장사지내게 하였다. 그런데 이분이 왜 죽었느냐? 그 다음 대목을 보면.... 김단이 청주淸州를 지나는데, 청주 수령이 소주燒酒를 권하여서, 김단이 과음過飮하였던 까닭이었다. 이때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고 순 증류식 소주였다지만, 도대체 얼마나 들이부었길래 사람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일까? 혹 너.. 2023. 10. 21.
푸른 하늘에 토설하는 시 푸른 하늘을 종이 한 장 삼아 내 뱃속의 시를 적으리라 - 이백(702-762) *** Editor's Note *** 태백은 호방하다지만 난 그를 볼 때마다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그의 본령은 파토스 pathos지 호방은 무슨 얼어죽을? 저 구절은 이태백 망여산오로봉望廬山五老峯, 곧 여산 오로봉을 바라보며 라는 시 후반부로 전체는 다음과 같다. 五老峰爲筆 오로봉으로 붓을 삼고 三湘作硯池 삼상 강물은 벼루에 담네 靑天一張紙 푸른 하늘 종이 한 장 삼아 寫我腹中詩 내 마음 속 시를 적으리라 이 시를 안중근이 좋아한 듯, 이를 쓴 그의 필적이 전하니 아래가 그것이라, 안중근기념관 이주화 선생이 소개한다. 2023. 10. 20.
와이로, 커미션, 급행료, 윤활유 이자李子(이규보)가 남쪽으로 어떤 강을 건너는데, 때마침 배를 나란히 해서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두 배의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도 같으며, 배에 탄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달려서 벌써 저쪽 언덕에 닿았지만,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고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 때문이오.” 라고 하였다.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탄식하기를, “아, 이 조그마한 배가 가는 데도 오히려 뇌물의 있고 없음에 따라 느리고 빠름, 앞섬과 뒤처짐이 있거늘, 하물며 벼슬을 다투는 마당에 있어서랴? 나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을 생각하.. 2023. 10. 20.
태사공자서를 읽다가 인간의 정신이란 너무 많이 사용하면 말라버리고, 육체 또한 지나치게 혹사시키면 지쳐서 병이 나는 법이다. 육체와 정신을 못살게 굴면서 천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인간의 삶은 정신에 의탁하며, 정신은 육신에 의탁한다. 정신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신을 너무 혹사하면 병이 난다. 정신과 육체가 일단 분리되면 사람은 죽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사람 역시 다시 합칠 수 없다. 때문에 성인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신은 생명의 근본이요, 육체는 생명의 기초다.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지도 않고 “내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니 대체 무엇을 믿고 큰소리를 치는 것인가? ...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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