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밤을 지새다 보면 비녀만 떨어지겠는가? 비녀만이겠는가? 때론 불알도 떨어지는 법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317)
답가 가사 네 수[踏歌詞四首] 중 셋째
[唐] 유우석(劉禹錫, 772~842) / 김영문 選譯評
새 가사 감미롭게
서로 이어 화답하며
바람 이슬 앞 소매 떨치고
쪽머리 기울이네
달 지고 까마귀 울 때
운우 끝나 흩어지자
노는 아이 밭둑에서
꽃비녀를 주웠네
新詞宛轉遞相傳, 振袖傾鬟風露前. 月落烏啼雲雨散, 遊童陌上拾花鈿.
그 옛날 사랑의 보금자리는 보리밭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가자 홍대로! 가자 버닝썬으로!
“얼음 우에 댓닢 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 주글망정/ 정준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고려가요,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얼다’라는 말은 어떤 물체가 추워서 어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남녀가 육체적으로 한 몸이 되는 것도 가리킨다. 한 겨울 얼음 위에서 한 몸이 되어 얼어 죽더라도 정든 님과 함께 하는 이 밤이 더디 새도록 기원하고 있다. 뜨거움에 애절함까지 더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요의 생생함은 이와 같다.
‘운우(雲雨)’는 남녀 간 육체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운우지정(雲雨之情)’ 또는 ‘운우지락(雲雨之樂)’이라고 한다. 새 노래를 서로 주고받으며 소매를 떨치고 쪽머리가 기울 정도로 춤을 즐기다가 달 지고 까마귀 우는 새벽까지 운우지락을 나눴다. 사랑의 노래를 화답하며 춤을 추는 밤이므로 봄밤일 가능성이 많다. 열정의 밤이었으리라. 그 자리에 아침 일찍 동네 아이가 놀러 나왔다가 꽃비녀를 주웠다.
「답가(踏歌)」는 악부(樂府)에 속하므로 당시 유행한 노래다. 그 노래에 곡조는 그대로 두고 가사만 바꿔 넣었다. 이런 형식이 발전하여 송사(宋詞)가 되었다. 초기 송사도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유우석은 가사 바꿔 넣기를 통해 봄밤에 펼쳐진 뜨거운 사랑을 묘사했다. 이면은 뜨겁지만 묘사는 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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