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문화재현장1796

도선비로 둔갑한 북한산 비봉 진흥왕순수비 진흥왕 순수비 중에서도 북한산 비봉 꼭대기에 자리한 소위 북한산 순수비가 존재를 드러내기는 오래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위치한 곳이 북한산 봉우리 중 하나요, 그곳이 사방을 조망하는 위치 때문에 언제나 외부에 노출되었거니와, 온통 거대한 바위인 이 봉우리 꼭대기에 우뚝하니 선 표지성表識性에서 비롯한다. 이 비석이 차지하는 막강 위치는 북한산을 구성하는 무수한 봉우리 중에서도 오직 이곳만을 비봉碑峰이라 일컫게 하거니와, 비봉이란 빗돌이 선 봉우리라는 뜻인 까닭이다. 하지만 이 비석 실체가 진흥왕이 세운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는 익히 알려졌듯이 19세기 들어와 김정희를 기다리고 나서였다. 그가 현지를 답사하고, 남긴 증언을 볼 적에 그때까지만 해도 글씨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며, 비석은 온통 이끼.. 2018. 10. 27.
"나도 참 많이 고생한 거 같아", 어느 고고학도의 일생 어제(October 26, 2017) 하루는 휴가였다. 그런 휴가에 느닷없이 익산 왕궁리로 내가 향한 까닭은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때문이었다. 현장 자문회의가 있다 했고, 그 자문위원으로 가신다 해서 서둘러 내려갔다. 1947년(실제는 1946년 1월) 경북 영주 출생. 아버지는 육군 장교 출신으로 5.16 때 군을 떠났다. 외지 생활을 하는 아버지와는 떨어져 고향 영주 안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다가 안정국민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있는 부모와 같이 살고자 중앙선 야간 열차를 타고는 홀로 상경해 청량리역에 내렸다. 처음엔 영등포 신도림에 살다가 중동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문래동 적산가옥 생활을 시작한다. 지금의 주공아파트마냥 그때 문래동엔 상자로 찍어낸 듯한 적산가옥 500채.. 2018. 10. 27.
까마득히 잊고 지낸 청와대 불상의 추억 잊고 있었다. 나 자신도 잊어버린 내 자식을 다른 이가 찾아주었다. 어제 우리 공장 연합뉴스 문화부에서는 이른바 '미남불상(美男佛像)'이라 일컫는 청와대 경내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石佛坐像이 원래 어디 있다가 이동했는지를 두고, 그것이 본래 경주 이거사지(移車寺址)라는 절터임을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대정大正 6년(1916) 문건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를 발굴 공개함으로써, 이 불상 출처를 둘러싼 기나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기사를 내보냈다. 한데 이 《사적고》는 출처가 신라학 혹은 경주학도로 이름 높았던 故 이근직 경주대 교수 컬렉션이다. 그의 유족이 최근 고인이 생전에 수집한 경주신라학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문제의 저 자료를 발견하고는 나한테 긴급히 연락한 것이다. 저 청와대 불상이 여전히 청와대 구.. 2018. 10. 17.
청와대 미남불상 경주에서 약탈해 조선총독한테 진공되어 오늘날 청와대에 갇힌 통일신라시대 불상을 어찌 해야 하는지를 둔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근자 벌어지는 사태 전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직접 궤를 같이한다. 정권 출범 직후 나는 요로를 통해 이 불상의 조속한 경주 반환을 요청했고, 그에 병행해, 혹은 그와 관련없이도 당국에서도 익히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으니, 무엇보다 역사덕후 문 대통령이 이 불상에 대해서도 유감없이 그런 면모를 발휘했으니, 이를 토대로 해서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이미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요청에 의해 당시까지는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이 불상에 대한 사상 처음으로 기초 정밀조사를 벌였던 것이며, 이를 토대로 나중에는 이 불상이 급기야 보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 2018. 10. 16.
신라왕 김진흥 일곱살 꼬맹이가 무얼 알았으리오? 아버지와의 권력쟁투에서 마침내 권좌를 차지한 청상과부 지소는 이제 겨우 똥오줌 가리기 시작한 아들을 권좌에 앉히고는 이미 건국한지 육백년이 지난 왕국의 최고 실력자 되어서는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십대 앳된 사내들 끌어들여 정염을 불태우나 서서히 권력에 짓물리곤 무엇보다 세월 앞에 장사 없어 그 어미도 늙어갔다. 마침내 뒷방으로 물러난 어미 대신하곤 친정을 시작한 아들도 권력에 물리기 시작했다. 어미가 그랬듯 아들 역시 아직 한창이긴 했으나 이미 왕노릇 28년..서서히 지쳐갈 무렵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고선 명령하길, 나도 찬바람 쐬고 싶노라. 지상의 절대권력자가 천상의 권력자를 만나고 싶노라. 저 한수변 북한산에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마련하라. 올랐다 서늘한 공기에 가.. 2018. 10. 15.
후암동 남산 기슭의 식민지시대 흔적들을 찾아서 골목길 답사하는 김란기 형과 요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끔 어울린다. 어제 보쟀는데 여러 일정이 겹쳐 내가 밥을 사는 조건으로 남영동으로 오시라 했다. 어금니 두 갤 뽑았대서 이빨이 안 좋대나 어쩐다나 해서 비교적 무른 살코기 주문하니, 주인장이 항정살을 추천한다. 괴기 먹어야 힘이 나니 점심으로 긁었다.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 땡기고 소화도 할 겸 혼란한 심신도 달래자 해서 남산 밑 후암동 자락이나 한 바퀴 돌자 했다. 형은 마침 이곳에 오래 살아, 이 일대 지리도 이곳 주민 20년째인 나보다 훤 하고 마침 주전공이 근대 도시역사학이라 그의 풍성한 해설을 곁들여 매양 스치기만 하던 이 일대 도시경관 역사 일부를 배운다. 이젠 저 형도 나이 65를 넘겼으니, 언제 갈지 모른다. 걸으며 내가 말했다. "빨.. 2018. 10. 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