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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상文天祥은 남송의 마지막을 함께 한 세 충신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두 명은 마지막 황제와 함께 물에 뛰어든 육수부,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죽을 때까지 몽골에 저항한 장세걸이다.
문천상은 육수부, 장세걸과 달리 애산전투崖山海战에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쿠빌라이에게 끌려가 갖은 회유를 받았다.
이후 무려 오년을 옥에 있다가 마침내 처형당했는데
이때 남긴 말이 "吾事畢矣"라는 한마디다.
필자는 문천상의 절개라던가, 지조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누구나 "吾事"가 있다.
그것이 연구일 수도 있고, 배우일 수도 있고,
또 출판일 수도, 언론일 수도 있다.
문천상에게는 남송의 신하로서 죽는 것이 "吾事"였을 것이다.
"吾事"를 이런 강골의 절개에만 국한하여 해석하는 것은 그래서 편협하다.
죽을 때 "吾事畢矣"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첫째는 "吾事"가 뭔지를 알아야 하고
둘째는 "吾事"를 "畢"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 吾事"를 자각하고 죽을 때 "吾事畢矣"를 외칠 수 있는 이야말로
그런 사람이 많은 나라야말로 폼 나는 나라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올라도 이 "吾事"가 뭔지도 모르는 채
평생을 명예와 허상만 쫒다가 끝나는 인생이 바글바글 한 이 시대에
죽을 때 "吾事畢矣"를 외치면서 죽을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이야말로
훌륭한 인생 목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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