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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2291

부란강세剖卵降世와 건국신화 동아시아 천지 개벽, 혹은 그에 이은 건국 신화, 그리고 건국 중심인물인 건국시조 탄강담에서 알[卵], 곧 계란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주로 신화학자 같은 일군의 무리가 알에 집착해 갖은 황탄한 소리들을 늘여놓았으니, 지금도 이런 사정은 변치 않아 잡설이 난무한다. 알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 천문우주관에서 천지가 생성하기 이전을 흔히 혼돈이라 설명하고, 그런 혼돈에서 음과 양이 분리되어 비로소 천지가 분리하고, 그에서 무수한 삼라만상이 태어났다고 본다. 한데 음양이 분리하기 이전 혼돈 상태를 흔히 알 모양으로 묘사한다. 그런 까닭에 이런 혼돈 상태인 알이 깨져서 혹은 알이 터져서 천지가 생기고 그에서 나라가 생기고 건국시조가 탄생하니, 이를 일러 단 한마디로 부란강세剖卵降世라 한다. 이처럼 간단한.. 2023. 12. 31.
하늘이 내린 배필을 줏은 제주 아저씨들 『고려사』 권57, 志 제11, 地理2 全羅道 耽羅縣 조 기록이다. (탐라현은) 전라도 남쪽 바다 가운데 있다. 『고기(古記)』에 나오는 말이다. “태초太初에 (이 섬에는) 사람이 없다가 세 신인神人이 땅에서 솟아 나왔다.【그 주산(主山 : 한라산) 북쪽 기슭에 구멍이 있어 모흥毛興이라 한다. 이곳이 그 땅이다.】 맏이는 양을나良乙那라고 하고, 그 다음을 고을나高乙那라고 하며, 셋째를 부을나夫乙那라 하니 세 사람은 거친 땅에서 사냥질을 하면서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었다. 하루는 자주색 진흙으로 감싼 나무 상자가 바다에 떠다니다 동쪽 바닷가에 닿아 이를 보고 가서 열어보니 상자 안에 또 돌 상자가 있어 붉은 띠에 자주색 옷을 걸친 사자使者 한 사람이 따라나왔다. 돌 상자를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 2023. 12. 29.
[거란의 치맛바람] (4) 성종의 황후를 핍박해 죽인 검은 후궁(2) 그렇담 성종聖宗의 정식 부인이 아니면서도 참람하게 후궁에서 일약 황태후로, 그것도 성종의 죽음과 더불어 그렇게 진급한 흠애황후欽哀皇后 소누근蕭耨斤은 누구이며, 어찌하여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요사遼史 권63 열전 제1 후비后妃 전에 그를 일러 “어릴 적 이름이 누근耨斤이며 순흠황후淳欽皇后 동생인 소아고지蕭阿古只의 5세손이다”고 했으니, 예서 순흠황후(879~953)란 거란 태조 태조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 황후를 말한다. 아무리 후궁이라 해도 근본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 동생의 5세손이라 한 대목은 한참이나 왕비를 배출하는 소씨 가문에서도 한미한 계통이 아닌가 한다. 요사 다른 데를 보면 그의 아버지는 소요괴蕭陶瑰 혹은 소해리蕭諧里라 하며, 한식漢式으로는 소화蕭和라 했다 한다. 열전에서는 .. 2023. 12. 28.
‘天皇천황’에 대한 알레르기를 넘어 나는 줄기차게 자색이 천황의 색깔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전편에 이어 이번 글까지 합쳐 많은 한반도 역대 군주가 지상에 강림한 천상의 천황임을 내세운 증좌들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말해 그들이 지상의 천황임을 표방했다 해서 그런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고 내세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며,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 해서 절대 권력의 화신인 천황이었던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천상의 천황이 지상의 천국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황이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군주를 그렇게 지칭한다는 이유에서다. 나는 왜 일본의 군주를 천황이라 부르지 않고, 굳이 밑도 끝도 없는 ‘日王’이라는 말로 대체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 2023. 12. 28.
천황대제天皇大帝에 밀려난 호천상제昊天上帝 이름 잘 지어야 한다. 천신지대자天神之大者. 그러니깐 천상세계를 지배하는 천신 중에서도 오야붕 대빵이라는 뜻이다. 그런 천신지대자로 저 호천상제가 등장한다. 이 호천상제는 시경에 이미 보인다. 호천昊天이란 무엇인가? 그냥 큰 하늘이란 뜻이다. 이런 이름 좋을 거 같지? 문제는 호천상제는 너무나 밋밋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말을 걸 수 있는 구상을 요구한다. 전한시대 말기, 신비적 예언술이 천문학과 결합해 탄생한 참위讖緯가 일대 극성을 부리면서 이 호천상제는 현격히 밀려나기 시작한다. 왜? 호천이라는 말이 너무 밋밋하고, 무엇보다 너무 추상적인 까닭이다. 추상은 구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 하늘에서 가장 크신 분, 그 분을 실제로 특정해야 한다. 참위설은 이런 욕.. 2023. 12. 28.
딸을 과부로 만든 김유신(3) 원술이 희생되지 않은 이유 김유신 장자는 김삼광金三光이다. 그가 군직에 있었으면 당연히 그는 아버지를 따라 백제정벌전에 종군했어야 했지만, 이미 660년 이 전쟁 당시 김유신은 66세 노장이었고, 그 아들 삼광은 몇 살이었는지 확실치는 아니하나, 적어도 40대 중년이었을 것이다. 또 군대 쪽에서 활동한 흔적은 없고, 저 전쟁보다 6년이 지난 문무왕 6년(666)에는 천존의 아들 한림漢林과 더불어 나마로서, 당나라에 들어가 숙위한 상태였다고 하므로, 금수저로 일찍이 관직에 진출해 차곡차곡 공무원 경력을 쌓은 듯하다. 그는 분명 백제 정벌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듯이 했다면 그가 가장 먼저 희생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곤혹에 처한 전세를 만회하고자 약발이 센 젊은 친구들만 골랐다. 그래서 부사령관들 자제를 골랐으니..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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