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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살 고종의 글씨 1866년(고종 3) 가을 어느날 , 15세 먹은 소년 임금은 친히 붓을 들어 '실사구시實事求是' 넉 자를 썼다. 그리고 이를 홍문관에 내렸다. 이 글씨는 이후 동원 이홍근(1900~1980)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된다. 이때 이미 주연珠淵이란 호를 쓴 모양이다. 그런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필재筆才가 별로 없어 보이는 글씨다. 나름 단정하게 힘을 주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글자와 글자 사이 균형이 맞지 않고 구할 구求는 차조 출朮인 줄 알 뻔했다. 생生 아버지 흥선대원군(1820~1898)의 글씨처럼 추사체 느낌이 강렬한 것도 아니고, 어설프다?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기야 이때 이미 명필이었어도 이상한 일이었겠지만. 병인양요가 일어나는 것이 1866년 10월이다. 아마도 그 직전인 .. 2024. 10. 13.
[발칸기행](3) 사진으로 보는 수니온 베이 2024. 10. 13.
[발칸기행](2) 다시 찾은 포세이돈 수니온 베이 수니온 베이부터 찾았다. 달라진 풍광은 없다. 낮이 한창인 시간이라 투숙하기 전 마뜩히 커피 한 잔 하고 저녁 할 데를 찾으니 그래도 가 본 데가 편하다 해서 왔다. 저 포세이돈 신전 인근 같은 곶 끝 지점엔 신전 하나가 더 있으니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봉헌하는 데다. 잘 몰라 잘 안 가는 데며 얼마전 댕겨간 춘배는 아마 흘려버렸을 듯 한데 모르겠다. 가 봤다 우길지. 2024. 10. 12.
남은 15년의 시간 요즘 주변 은퇴한 어른들을 자주 탐문하는데 그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몇살까지 학술활동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 필자 이야기는 주변에 폐 안끼치고 학문적 경쟁력을 갖춘 저작이 나올 때까지 과연 몇년이나 필요하겠냐 하는 질문이라. 75세를 지목하는 분이 많았다. 그러면 딱 15년 정도 남은 셈인데. 15년이면 어느 정도의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필자의 시계를 다시 돌려보면 올해가 2024년이니, 2010년 전후한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이 되겠다.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고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데 운이 좋아 75세 이후로도 몇년 만 더 제정신의 작업이 허용된다면, 뭔가 간장독 덮개로는 쓰이지 않을 만한 몇 가지 일은 더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60 전후에는 그 후 인생에 대한 설계가 이.. 2024. 10. 12.
내용이 없을 때 대개 언어탓을 한다 좀 전에 포스팅 한 한국어가 세계언어 어쩌고 하는 이야기에 덧붙여 쓰자면 대개 내용이 없을 때 언어 탓을 한다. 문학이면 문학이지 문학이 시원치 않은 걸 무슨 언어탓을 하는가? 한강이 노벨상을 타면 한국말이 출세한 건가? 이런 쌈마이 같은 생각을 장착하고 있는 한 앞으로도 쌈마이다.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통하는 이야기여 봐라. 한국어 아니라 세계 수백개 언어로 알아서 번역된다. 일본 친구들-. 90년대에 걔들 대학이 아직 날리던 무렵 외국 유학 경력이 없어 영어가 도통 안되던 일본 학자들이 '그 당시에도 국제학회에서 plenary lecture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실 이들이 지금 노벨상을 탄 일본인들이다) 영어도 잘 안되고 발음도 일본인 다운 영어발음에 더듬거리며 강의해도 잘난 백인들 교수들이 .. 2024. 10. 12.
[발칸기행] (1) 심상찮은 아테네 기상 아데나이 기상이 영 심상찮다. 그쪽 지인한테 물으니 다 반바지에 반팔이랜다. 도로 여름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꺾이리라 보지만 나는 더 남쪽 지중해를 치고 들어가니 세임세임 아닌가? 좀 있으면 아테네 공항 직항으로 출항한다. 변수가 없다면 딱 석달 뒤인 내년 1월 11일 귀국한다. 정처? 없다. 망각하러 간다. 짓누르려 간다.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불타오르는 증오를 죽이려 한다. 춘배 영디기 시샘 뒤로하고 간다. 아무리 짖어도 기차는 간다. 집에서 새는 쪽박 바깥이 더 시끄러운 법이다. 당분간 더 시끄러울 거라 보면 대과가 없겠다.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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