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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92

학문은, 전문가는 So what에 답해야 한다 앞서 신동훈 교수께서 상식에 겸허해야 하는 전문가를 말하면서 "사실 전문가에게 가장 무서운 질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나오지는 않는다"고 갈파했거니와 비슷한 맥락, 혹은 같은 맥락에서 나는 이른바 전문가 집단을 향해, 내가 말하는 이 집단은 주로 고고학에 집중했거니와 그들을 향해 저 대답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주구장창했다. 비단 고고학만이 아니라, 학문 전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저 방구석, 카페 구석, 연구실 구석에서 이것이 내 연구라고 독자를 향해 발신하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보건대, 도대체 이걸 이것이 왜 연구인가 하는 반론을 제기하는 글이 천지라이는 간단히 말해 저 평범하지만, 어쩌면 가장 묵직한 물음, 곧 So what을 답변하지 못하기 때.. 2025. 2. 16.
개돼지 득시글하는 한국사회 당쟁이란 무엇인가? 편가르기다. 내 편은 모든 게 옳고 넘의 편은 모든 게 다 틀리다. 이것이 조선시대 사색당파론의 핵심이다. 당쟁망국론이 식민사관이라 해서 그 극복을 주장한다며, 미국에서 굴러먹다 들어온 미국 어느 학자가 그것은 현대의 정당정치와 비슷하다 주장하니, 그에서 비로소 숨통을 마련했다고 흥분한 이 땅의 역사학자들이 그래 정당정치! 라고 하면서 환호했지만저 당쟁망국론은 총독부 어용학자들의 전매특허도 아니요 신채호니 박은식이니 하는 독립투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던 병폐였다. 애초 정치권 일부만의 문제였던 이 당쟁론, 곧 편가르기가 더욱 심각했던 이유는 그것이 이내 사회 곳곳에 파고들었었다는 것이니 내가 늘상 말하듯이 요새 한국정치판 꼬라지랑 하등 다를 바 없어 권력을 잡고자 하는 넘들은 물론이.. 2025. 2. 15.
변변찮은 점포 하나 없다 비판하며 사치를 경멸하는 조선 사대부 조선이 왜 상업이 발달할 수 없었는가? 곧, 때려죽어도 자본주의는 맹아도 틔울 수 없는 암흑 사회였는가 하는 해답은 실은 앞서 길게 인용한 윤국형 증언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하는데 상업이란 무엇인가?결국 흥청망청 쓰야 하며, 결국은 소비와 사치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각종 판서까지 고루 역임한 조선 중기 전형하는 조선 사대부 윤국형尹國馨(1543∼1611)은 동시대 중국에서는 방방 곡곡 없는 점포가 없고 주식酒食과 거마車馬 같은 물품이 구비되지 않음이 없는데 견주어"우리 나라 백성들은 모두 가난하여 저자나 행상 이외에는 사고 파는 것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오직 농사로 생활을 꾸려갈 뿐이다"고 한탄했지만막상 그러한 자신도 임진왜란과 그에 따른 명나라 군대의 대규모 참전이 야기한 조선 사회상이 급속도로 .. 2025. 2. 15.
갈수록 신경 쓰이는 후세의 평가 지금은 신경이다. 하지만 추세를 보니 나이 좀 더 들어가면 걱정으로 바뀔 듯하고, 죽을 무렵이 되면 공포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을 보면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다. 비치는 모습들, 예컨대 그 자신이 말하는 그 자신은 꽤 정의롭고, 꽤 열성이며, 꽤 실력자연해서 요컨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지만막상 동시대 그를 가까이서 겪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 사람은 전연 딴판인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는 더 많다. 그 반대 역시 생각보다 더 많아서 개차반인 듯한데, 막상 그와 동시대를 같이 호흡한 사람들 증언을 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도 생각보다는 더 많다. 남들 눈엔 그리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남들 눈에 비친 내가 어떤 모습일까 몹시도 실은 신경이 쓰인다. 나만 내 할 일 하면 된다 생각하고, 그런 .. 2025. 2. 13.
하나도 우수하지 않은 우수학술도서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여러 문제를 장착한 우수학술도서는 그래서 단 하나도 우수하지 않다. 다만 그 시작이 학술진흥과 도서출판 진작을 도모했기에 그런 점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아 전자가 교육부 관점이요 후자가 문체부 포커스다.그 경향을 보면, 저자들이 이를 노려 책을 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만 출판사는 사정이 달라서 오로지 저 우수학술도서 선정만을 향해 맹렬히 달리는 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니 생겨났다기 보다는 오로지 저것만을 겨냥해 도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찍어내는 데로 변모하기 시작했으니 요새는 경향이 어찌되는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학위논문(물론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인쇄해서 무슨 시리즈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출판하는 데도 많고 논문들 적당히 엮어 거창한 이름 달아 찍어낸다. 이.. 2025. 2. 10.
우수학술도서 선정됐다 자랑하지 마라! 그래 내 아주 가까운 지인 중에서도 이른바 학문을 전업하는 분이 많고 개중에 또 많은 분이 내가 책을 냈는데 그것이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느니 하는 선전을 요란스럽게 하는 장면을 목도하거니와 그 시즌이 지났으니 지금 하는 말인데 또, 책 홍보라는 측면에서, 또 개인 홍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문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우수학술도서는 앞서 말했듯이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냈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책을 못 썼으면 그게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겠는가?책은 독자가 하늘이다. 독자가 없는 책은 버림받은 책이다. 독자를 확보하지 못한 책을 내고서 내가 그런 책을 냈다고 만천하에 공포하고 싶은가?쪽팔리기 짝이 없는 선언이다.  우수학술도서는 내가 우수한 연구자란 선언이 아니다... 202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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