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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신지사'의 죽음 (2) 어처구니없는 상인 출신 사무라이의 할복자살 그런데 어떤 탈번낭인이 있었다. 사실 그는 무사 출신이 아니었다. 상인신분이었던 자가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무사와 뒤섞여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무사라는 생각을 하게 됬다. 아주 머리가 명석하여 배움이 빠르고, 조만간 그 탈번낭인단의 회계담당이 되었다. 이 탈번낭인단 곤도 조지로近藤長次郎는 당시 막부타도를 위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중요한 업무를 실무선에서 능수능란하게 처리한 것도 그였다. 이렇게 일을 잘하다 보니 그와 함께 일을 한 사람에게서 몰래 제안이 들어왔다. 영국으로 가서 공부를 해 보지 않겠는가- 라는 제안이었다. 본래 호기심이 많고 유럽에서 공부해보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결국 이 비밀스런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배를 타고 몰래 밀항을 해서 영국으로 가기로 했는데, .. 2023. 9. 12.
한국고고학엔 양식론 제작기법론 금지령이 필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아무짝에도 써먹을 데가 없고 둘째 그나마의 효용성도 이제 다했기 때문이다. 외국 어느 고고미술 잡지에선 아예 제작기법론 관련 논문은 투고도 하지 못하게 규정에 박아놨다는데 내가 직접 확인은 못하고 듣기만 했으니 그 말을 듣고선 한국 일본 연구자들이구만? 한 기억이 있다. 저 말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문제의식을 나는 전적으로 동의 혹은 공유한다. 요새 말마따나 한국고고학 논문 열편 중 아홉편이 고래古來하는 괴물, 곧 토기 양식 타령 아니면 그 편년 타령이었다가 요새는 그 자리를 대체 혹은 혹은 병합하는 또 다른 괴물이 등장했으니 축조기술 타령이 그것이다.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해서 그렇지 물론 이런 접근 혹은 연구가 아주 쓸모가 없기는 하겠는가? 때론 필요하며, 또 때로는 내 입론.. 2023. 9. 12.
어느 '유신지사'의 죽음 (1) 살아도 같이, 죽어도 같이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유신지사'라고 하면 메이지 유신기에 반막부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가리킨다. 출신성분이야 정말 다양했는데 유신지사의 상당수가 당시 무사계급 중 하류에서 다수 나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한 바 있다. 대개 우리나라로 친다면 조선시대 중인과 잔반 계급쯤 되는 사람들이다. 일본의 에도시대라는 것이 중앙의 막부, 지방의 번이 빈틈없이 조직되어 사무라이들은 어느 한 조직에 속하여 자신의 직역을 받고 대대로 봉록을 타먹도록 되어 있었다. 이런 '대대로 취직한 직업'으로서의 번사 (번의 사무라이)의 위치를 박차고 나와 막부를 타도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소위 '탈번낭인'이라고 부르는데, 메이지 직전 시기에 한해서 본다면 바로 이 '탈번낭인'은 '유신지사'와 동의어였다. 이 탈번낭인은 하급무사들이 주류이.. 2023. 9. 12.
K-heritage의 두 가지 측면과 그 방향 K-pop에서 연원하는 K-heritage는 실은 그 자체가 산업을 떠나 존재할 수는 없는 말이다. K-pop을 팔아먹듯이 K-heritage도 팔아먹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고상한 그 무엇도 아니다. 그 고상한 그 무엇도 아닌 것을 너무 고상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K-heritage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industry가 없는 촌극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더스트리라 할 때 두 가지 층위가 있는데 이 두 층위는 실상 분리불가라 굳이 헤러티지 업계에 통용하는 말을 빌리자면 tangible이 있고 intangible이 있으니 논의의 편의상 두 층위로 나누어 접근할 뿐이다. 무엇인가 실체로서의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서는 그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는데 이 경우 전자가 탱저블이 되고 후자가 인탱저블이 된다.. 2023. 9. 12.
요물과도 같은 돈 혹은 월급 이야기 내가 없이 자라며 학교를 다녔다 해서, 내가 거창한 계급투쟁의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체제 순응주의자라고도 할 만한데, 그 체제 안에서 내가 획득할 수 있는 최대치 정도만 적당히 먹고 살자 이런 주의에 나는 가깝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무렵만 해도, 요즘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 썩 만족은 하지 못한다 해도 그런 대로 이름 있는 대기업은 어느 정도 들어갈 만한 환경이었으니, 그럼에도 나는 개중에서도 나은 편이라는 영문과 출신이라 하지만 문과대라는 한계가 커서 취업 선택의 폭이 생각보다는 굉장히 좁았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 이곳저곳에서 날아드는 신입사원 모집 소식에 몇 군데는 날림으로 넣어 합격통지서를 받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할 만하는 데는 딱 한 군데 지원했으니, 현대자동차였다. 내 기억에 이 .. 2023. 9. 11.
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 지나고 보니 너가 최고였어요 by 홍승직 翁 [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 ≪맹자≫라는 책이 거의 끝나가는 제13장 <진심상>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바다를 구경한 사람은 다른 물에 끌리기 어렵고, 성인의 말씀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말에 끌리기 어렵다.” 자신이 목놓아 외치고 전파하려는 (나중에 ‘유학(儒學)’이라고 일컬어지는) ‘성인의 말씀’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지금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일단 알게 되면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요,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처럼 강력한 전도사의 말도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여기서 “바다를 구경한 사람은 다른 물에 끌리기 어렵다”는 말의 원문은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難爲水)”이다. 꼭 있지 않아도 말이 되는 전치사 ‘어(於)’가 언제부터인가 슬쩍 쫓겨나서 “관해자..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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