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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어느 '유신지사'의 죽음 (2) 어처구니없는 상인 출신 사무라이의 할복자살

by 초야잠필 202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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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탈번낭인이 있었다. 

사실 그는 무사 출신이 아니었다. 상인신분이었던 자가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무사와 뒤섞여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무사라는 생각을 하게 됬다. 

아주 머리가 명석하여 배움이 빠르고, 

조만간 그 탈번낭인단의 회계담당이 되었다. 

이 탈번낭인단 곤도 조지로近藤長次郎는 당시 막부타도를 위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중요한 업무를 실무선에서 능수능란하게 처리한 것도 그였다. 

이렇게 일을 잘하다 보니 그와 함께 일을 한 사람에게서 몰래 제안이 들어왔다. 

영국으로 가서 공부를 해 보지 않겠는가- 라는 제안이었다. 

본래 호기심이 많고 유럽에서 공부해보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결국 이 비밀스런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배를 타고 몰래 밀항을 해서 영국으로 가기로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고 

그가 밀항을 하려 한 사실이 오히려 그 탈번낭인단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낭인단은 허락없이 탈주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법. 

탈번낭인단에서 그에게 내 놓은 해결법은 두 가지였다. 

너는 방안에 혼자두겠다. 

네가 사무라이라면 배를 갈라라. 

사무라이가 아니라면 그냥 도망가도 좋다. 

무사가 아닌 신분으로 무사가 되기를 희망하던 이 사람은 결국 자기 배를 갈라 할복해 버렸다. 

당시 이 탈번낭인단의 단장격인 사람은 이 사건이 벌어진 당시 외부 출타 중이라 전혀 상황을 몰랐다는데, 

돌아와서는 그가 시체로 변해있는 것을 보고 깊이 탄식했다고 한다. 

아마 그는 막말 유신의 시기에 태어났으니 저렇게 죽어야 했지, 

단 1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아마 목숨을 버리지 않고도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유럽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무사가 되고자 한 희망과 영국유학으로 꿈을 펼쳐보고자 한 희망은 신분상승과 지적 욕구로 제대로 된 시대를 만났다면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었을 것인데-. 

시대를 잘못 만나 목숨을 끊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각설하고-.

절개를 지켜 순절을 해야만 평가받는 시대에 태어난 재사들처럼 비운의 인물들은 없다. 

필자는 식민지시대에 태어난 조선의 재사들을 동정한다. 

그들에게는 손에 남은 선택지가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다. 

독립운동을 하던가 친일파가 되던가 딱 두 개의 선택지 뿐이었으니,

할복하여 죽던가 목숨을 건지고 평생 비웃음을 당하던가 딱 두 개의 선택지만 쥐게된 그 탈번낭인과 같은 처지 아닌가? 

그들의 운명에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곤도 조지로 近藤長次郎. 영국으로 유학을 위해 밀항하려다 발각되어 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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