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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처럼 튀는 빗방울 한시, 계절의 노래(141) 6월 27일 망호루에서 술 취해 쓰다. 다섯 절구(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五絶) 중 첫째 송 소식 / 김영문 選譯評 먹장구름 뒤집히나산도 아직 못 가린 때 희뿌연 비 구슬처럼나룻배로 튀어드네 땅 휩쓸며 바람 불어갑자기 비 흩으니 망호루 아래 저 호수는하늘인양 펼쳐졌네. 黑雲飜墨未遮山, 白雨跳珠亂入船. 卷地風來忽吹散, 望湖樓下水如天.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말이 떠오른다. 아무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다. 소동파가 여름날 서호(西湖) 가 망호루에서 술을 마시다 갑자기 몰려온 먹장구름과 소나기를 보고 흥에 겨워 일필휘지로 이 시를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묘사 대상을 구름, 비, 바람, 하늘로 금방금방 옮기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특징을 너무나 생생하게 잡아냈다. .. 2018. 8. 16.
현좌충신 양장용졸, 김대문의 이데올로기와 김부식의 이데올로기 "이는 마치 무엇과 같은가 하니, 20세기에 활발히 출간되고 있는 우리나라 각 교사校史라든가 지방지를 보면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항목이 '우리 학교(혹은 고장)를 빛낸 인물들'이라는 곳인데, 이것만 보면 우리는 마치 그 학교, 그 고장 출신자 전체가 모두 독립투사이며 의병장이며 뛰어난 학자인 줄 착각하게 되는 착시현상에 견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집단 전체와 그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그 학교, 그 고장을 빛냋 인물이 될 수는 결코 없다. 개중에는 일제에 빌붙어 나라와 동포를 팔아먹은 놈이 있는가 하면 협잡꾼도 있을 것이고 천하의 난봉꾼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설혹 김대문(金大問)이 현좌충신(賢佐忠臣) 양장용졸(良將勇卒)은 모두 화랑도 출신이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화랑세기》가 그런 인물.. 2018. 8. 15.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1) ‘怪物(괴물)’의 출현 아래 원고는 2010년 11월 6일 가브리엘관 109호에서 한국고대사탐구학회가 '필사본 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개최한 그해 추계학술대회에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라는 제목을 발표한 글이며, 그해 이 학회 기관지인 《한국고대사탐구》 제6집에는 '‘世紀의 발견’, 『花郞世紀』'라는 제목으로 투고됐다. 이번에 순차로 연재하는 글은 개중에서도 학회 발표문을 토대로 하되, 오타를 바로잡거나 한자어를 한글병용으로 하는 수준에서 손봤음을 밝힌다. 1. ‘괴물怪物’의 출현 역사는 두 개의 축을 갖는다. 둘 중 하나만 무너져도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소설’이 된다. 그것이 바로 시간과 공간이다.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인간과 자연이 얽어내는 파노라마다. 시간 혹은 공간을 무시한 역사 구축은 이미 .. 2018. 8. 14.
내가 기억하는 역대 국립박물관장 - 한병삼 아래는 2018년 6월에 발간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식지 《박물관신문》 562호 기고 전문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내가 만난 박물관인들을 이런 식으로나마 정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리 붙여봤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단발성이라 아쉽기만 하다. 내가 기억하는 역대 관장 - 한병삼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장 역대 국립박물관장 혹은 국립중앙박물관장 중에 무게감만으로는 아마 한병삼 선생을 최고로 치지 않나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지만, 이런 그와 나는 이렇다 할 인연이 실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12월, 정기 인사에서 내가 사회부를 떠나 문화부에 안착해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는 관장직에서 물러난 지 한참이나 지난 뒤였거니와 그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라든가 발굴현장에서 가끔 마주치.. 2018. 8. 14.
경험있는 기관이 대가야 왕릉을 파야 한다? 근자 문화재 소식을 훑어보니,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어떤 언론에서 고령 지산동 대가야고분 발굴업체 선정이 잘못되었음을 질타하는 보도가 있었음을 보았다. 무슨 내용인가 본즉슨, 지역에 대가야고분 발굴경험이 많은 발굴조사 전문기관이 많은데, 그런 경험이 전연 없는 타지 발굴업체가 조사기관으로 선정되었느냐는 비판이었다. 〈대가야고분 '잘못된 발굴입찰' 한 목소리〉라는 제하 이 보도에 의하면, 경북 고령군이 지산동 고분군을 구성하는 대가야시대 무덤 중에서도 604호분이라고 명명한 대가야 후기 왕릉급 고분을 발굴키로 하고, 그 조사기관을 최근 공개입찰한 결과, 공개입찰이라는 제도 함정을 뚫고서 "왕릉급 고분 발굴 경험이 없는 외지 기관"이 선정됐다는 것이다. 보도는 나아가 "왕릉급 고분발굴 경험이 많은 다수.. 2018. 8. 14.
비조강본궁(飛鳥岡本宮), 고대 일본의 도교사원 도관(道觀) 《일본서기》 제명천황(斉明天皇) 2년 조 말미에는 그 발생 날짜를 특정하기는 힘들어 '시세(是歲)'라는 표지 아래 다음과 같은 비조강본궁(飛鳥岡本宮) 터 확정과 그 궁궐 완성한 사건을 기술했다. 飛鳥岡本更定宮地。時、高麗・百濟・新羅並遣使進調、爲張紺幕於此宮地而饗焉。遂起宮室、天皇乃遷、號曰後飛鳥岡本宮。於田身嶺、冠以周垣(田身山名、此云大務)、復於嶺上兩槻樹邊起觀、號爲兩槻宮、亦曰天宮。 飛鳥의 岡本에다가 궁을 세울 자리를 다시 정했다. 이때 高麗・百濟・新羅가 모두 사신을 보내 調를 받치자 이들을 위해 이 궁 자리에다가 감색紺色 장막을 치고는 그들에게 향연을 베풀었다. 나중에 궁실이 완성되자 天皇이 그곳으로 옮기고는 이름하기를 後飛鳥岡本宮이라 했다。전신령田身嶺에다 그 봉우리를 빙 두른 담을 쳐서 마치 갓처럼 만들고(전신田.. 201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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