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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보편화, 전문가의 자리 내가 보건대 이것이 퍼지는 속도가 무섭다. 종래 특정 계층, 혹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으로 교육받은 사람만이 향유한다는 각 분야 전문지식이 이제는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젠 알량한 지식이랍시고 그걸 무기로 내세워 군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것이 문헌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에서 무너졌다가 요새는 경계가 없어 고고학 미술사 건축학 등등이 모조리 철옹성을 열어제꼈다. 중국 고고? 동남아 미술? 인도 건축? 내가 그 전문가라고 까불다가 큰코 닥친다.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조금 안다고 알량거리다가 망신당한다. 한문 조금 안다고 알랑거리다가 면박당한다. 두공이니 박공이니 하는 용어 거들먹이다가 창피산다. 내 가본 곳, 그 뿌듯함이 있었지만, 이젠 안가본 사람이 없다. 나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매가 먼저.. 2018. 2. 24.
전통시대의 외교관 면책 특권, 의천의 경우 전통시대에도 그 비스무리한 외교관 면책 특권이 있었다. 고려시대 의천을 보면 이 특권이 조금은 드러난다. 의천은 원래 밀입국자였다가 宋으로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고려와 송 두 나라 조정에 의해 외교사절단으로 급조되었다. 그의 宋 체재기간은 많아봐야 14개월, 대략 만 1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동시대 다른 고려 외교사절단과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우리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다는 증빙은 어떻게 하는가? 당시에 아그레망이 있을리는 없다. 귀국 이후 의천은 송 체재 기간 스승으로 섬긴 정원법사라는 승려가 입적했다는 말을 듣고는 제자들을 조문단으로 파견한다. 한데 하필 재수없게도 입항하는 쪽 지방장관이 동파 소식이었다. 고려라면 못 잡아먹어 환장한 그 동파 소식이었다. 고려 조문단은 가는 .. 2018. 2. 24.
고아행孤兒行 : 이 땅의 형수들에게 바치는 노래 다음은 漢代 상화가사相和歌辭 중에 ‘고아행’(孤兒行)이라는 시이니, 앞서 말했듯이 예서 ‘行’은 노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孤兒生, 孤子遇生, 命獨當苦! 고아가 태어났네, 우연히 고아 신세, 지독한 고난 당할 운명 父母在時, 乘堅車, 駕駟馬. 부모 계실 땐 튼튼한 수레 올라 말 네 마리 몰았지父母已去, 兄嫂令我行賈. 부모 돌아가시 형과 형수 날더러 장똘뱅이 하라네 南到九江, 東到齊與魯. 남쪽으로 구강까지 가고 동쪽으로 제노 지방 다녔지臘月來歸, 不敢自言苦. 12월에 돌아왔지만 힘들다 할 수 없네 頭多蟣虱, 面目多塵. 머리엔 서캐와 이가 가득, 얼굴에는 때가 덕지덕지大兄言辦飯, 大嫂言視馬. 형님은 밥 지으라 하고 형수는 말을 돌보라 하네上高堂, 行取殿下堂, 孤兒淚下如雨. 웃방 아랫방 오르내리니 고아는 눈.. 2018. 2. 23.
상야(上邪)..겨울에 우박치고 여름에 눈내리면 ‘상야’(上邪)라는 제목을 단 漢代 악부민가樂府民歌가 있다. 話者를 외사랑에 빠진 여자로 설정해 그로 하여금 사랑에 빠진 남성 상대를 향한 애끓는 연모의 정을 토로케 한다. 한데 이 시가 구사하는 수사법이 어딘가 우리한테는 익숙하다. 고려가요의 그것이다. 上邪!① 하늘이시어 我欲與君相知②, 나 그대와 사랑하고 싶습니다 長命③無絕衰. 오래도록 사랑 식지 않겠습니다. 山無陵④, 산이 닳아 없어지면江水爲竭, 강물이 다 마른다면 冬雷震震⑤, 겨울에 우루루쾅쾅 벼락이 친다면夏雨雪⑥ , 여름에 눈이 내린다면 天地合⑦ , 하늘과 땅이 붙어버리면 乃敢⑧與君絕![2] 그제야 그대 단념하지요 ① 上邪(yé)!:天啊!. 上, 指天. 邪, 語氣助詞, 表示感歎. ② 相知:相愛. ③ 命:古與“令”字通, 使. 衰(shuai):衰減.. 2018. 2. 23.
염가하상행豔歌何嘗行..carpe diem again..늙어지면 못노나니 염가하상행(豔歌何嘗行)이라는 제목이 붙은 다음 漢代 악부시樂府詩는 이런 성격의 민가가 대개 그렇듯이 이 역시 작자를 알 수 없다. 이른바 민중가요라 해서 어느 한 사람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시간이 누적한 이른바 민중가요일 수도 있겠고, 그것이 아니라 특정 작가가 어느 한 때 격발(擊發)해 쓴 작품이라 해도 그 작자가 내 작품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작자가 無名氏 혹은 失名氏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 시대 악부시에서는 사람이 아닌 여타 생물이나 무생물을 사람으로 간주해 작자 감정을 이입하는 일이 흔하거니와, 그리고 이 시대 또 다른 특징으로 대화체가 많으니, 이 시 역시 그런 특성을 유감없이 보인다. 한데 제목에서 이 시 성격을 ‘염가’(豔歌), 다시 말해 연애시라 규정한.. 2018. 2. 23.
주인한테 버림 받은 개, 설도薛濤 견리주犬離主 中唐 여류시인 설도薛濤라는 이에게는 이른바 ‘십리시十離詩’라는 연작시편이 있거니와, 총애를 믿고 분수 모르고 날뛰다가 종국에는 주인한테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래는 그 중 첫 번째 ‘견리주犬離主’라는 제목의 시이니, 우선 제목을 그대로 풀면 개가 주인한테 버림받았다는 뜻이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류창교 역해, 《설도시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26~27쪽 참조) 떵떵거리는 집에서 길들여진지 4~5년 털은 향기롭고 발은 깨끗해 주인이 아꼈네 까닭없이 주인님 친한 손님 물어버렸다가 붉은 카펫에선 다시는 잘 수 없답니다 馴擾朱門四五年, 毛香足淨主人憐. 無端咬著親情客, 不得紅絲毯上眠. 한데 이 시가 판본에 따라 약간 다르기도 하거니와, 다음과 같이 된 곳도 있다. 떵.. 2018.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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