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9498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던 천고마비天高馬肥 천고마비天高馬肥. 말 그대로 가을은 청명한 날씨와 함께 오곡백과가 풍성한 수확의 계절임을 압축시켜 전한다. 하지만 원래 이 말 속에는 말을 타고 중국을 끊임없이 노략질했던 북방 유목민, 특히 흉노匈奴의 음산한 바람이 분다. 이 말이 등장하는 가장 오랜 문헌은 한漢나라 반고班固(AD 32∼92년)가 당대 역사를 기록한 《한서漢書》의 흉노전匈奴傳과 같은 책 조충국전趙充國傳. 이곳에서 반고는 '천天'자 대신에 가을 '추秋'를 사용해 추고마비秋高馬肥라는 말을 쓰거니와 글자 그대로 가을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흉노는 가을이 되고 말이 살찌며 활이 팽팽해지기 시작하면 (중국) 변방에 (쳐)들어왔다"고 한다. 즉, 천고마비 원형인 추고마비는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흉노가 중국을 대상으로 노략.. 2018. 10. 12. 이태백 시로 보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좀 먼 시대 이야기이긴 하나, 1996년 9월 한국마사회가 당시 과천 서울경마장 주로를 달리던 경주마 1천300여 마리를 대상으로 계절별 체중 변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더러브렛종 경주마가 매년 9~11월 중 평균 체중이 6.3kg가량 더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전체 경주마가 가을철 체중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산 경주마는 가을철에 살찌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 호주, 뉴질랜드산보다 평균 0.3kg가량 더 몸무게가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단 경주마뿐만 아니라 말을 비롯한 동물이 가을에 살이 더 찌는 현상은 본능적으로 겨울철에 건초 부족 등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리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하고자 하는 데다 특히 가을철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 점이 주.. 2018. 10. 12. 서리맞은 단풍, 2월 봄꽃보다 붉어라 한시, 계절의 노래(198) 산행(山行) [唐] 두목 / 김영문 選譯評 돌 비탈 길 따라서멀리 추운 산 올라가니 흰 구름 피는 곳에인가가 자리했네 수레 멈추고 앉아서저녁 단풍 숲 사랑함에 서리 맞은 나뭇잎들봄꽃보다 더 붉구나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晚, 霜葉紅於二月花. 한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 치고 이 시를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또한 이 시는 가을 단풍을 노래한 절창으로 각종 한문 교과서에까지 실리곤 했다. 이 시를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요소는 무엇일까? 시를 꼼꼼히 읽어보자. 우선 작자 혹은 작중 인물은 거처에서 멀리(遠) 떨어진 추운(寒) 산 돌 비탈(斜) 길을 오르고 있다.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선 눈 앞에는 흰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몇 집 자리 잡고 있다. 때.. 2018. 10. 12. 천하통일하는 날, 내 제사상에 고하거라 한시, 계절의 노래(197) 아들에게(示兒) [宋] 육유 / 김영문 選譯評 죽고 나면 만사가공(空)이 됨을 알지만 구주(九州)가 하나 됨을보지 못해 슬프다 왕의 군대 북벌 나서중원 평정 하는 날에 제사 올려 네 아비에고하는 걸 잊지 말라 死去元知萬事空, 但悲不見九州同. 王師北定中原日, 家祭無忘告乃翁. 정강의 변[靖康之變]이란 말을 들어보셨으리라. 북송 황제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이 금나라 장군 택리(澤利)한테 잡혀가면서 북송이 멸망한 사건을 말한다. 한족(漢族)으로서는 서진(西晉) 시절 영가의 난[永嘉之亂]으로 회제(懷帝)와 민제(湣帝)가 흉노에 잡혀간 이후 다시 겪는 민족적 치욕이다. 이후 송나라는 휘종의 아홉째 아들 조구(趙構: 高宗)가 천신만고 끝에 도성 개봉(開封)을 탈출하여 강남으로 내려가 .. 2018. 10. 12. 동정호를 엄습한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96) 소상팔경(潇湘八景) 일곱째(其七)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淸] 안념조(安念祖) / 김영문 選譯評 바람 맑고 달빛 하얀동정호 가을날에 만고 세월 호수 빛이덧없이 흘러가네 묻노니 지금까지유람 지친 나그네가 몇 번이나 술 잔 잡고악양루에 올랐던가 風淸月白洞庭秋, 萬古湖光空自流. 爲問從來遊倦客, 幾回把酒岳陽樓. 이태백이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는 동정호(洞庭湖)는 중국의 호남(湖南)과 호북(湖北)을 가르는 거대한 호수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800리 동정호라 부른다. 한강(漢江)과 장강(長江) 사이 거대한 소택지 운몽택(雲夢澤) 최남단에 위치하며 평야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강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들지는 않지만 악양시(岳陽市) 인근에서 동정호 동북쪽 출.. 2018. 10. 12. Be the reds 우리공장 옥상이다. 17층까지 대략 70미터. 옥상은 공원 녹지라, 이런저런 나무에 풀때기 자라니 이곳에 화살나무 몇 그루 붉음을 한창 탐하며 외치기를, Be the reds! 역광에 담아 보니 이 가을 온통 선지해장국이요, 선혈 낭자함이 구하라 손톱에 긁힌 그 친구 얼굴 상처가 뿜어낸 그 빛깔 같다. 캡틴아메리카마냥 70년 냉동인간 되었다 갓 깨어났더래면 화엄사 홍매라 했을진저. 부디 서리 맞을 때까지 살아남아 내 너를 보고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외치고 싶다만, 내가 먼저 서리 세례구나. 냉동한 붉은 가슴 쓸어 풀고는 단심가丹心歌 부르고 싶노라 하는데, 옆에서 주목이 빙그레 웃더라. "난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노라"라고. 2018. 10. 11. 이전 1 ··· 2921 2922 2923 2924 2925 2926 2927 ··· 325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