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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한시, 계절의 노래(220) 찬 비[寒雨] [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무슨 일로 겨울날비가 창을 때리는가 밤에는 두둑두둑새벽에는 주룩주룩 만약에 하늘 가득흰 눈으로 변한다면 외로운 뜸배 타고저녁 강에 낚시 하리 何事冬來雨打窗, 夜聲滴滴曉聲淙. 若爲化作漫天雪, 徑上孤篷釣晚江. 이 시가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을 모티브로 삼고 있음은 마지막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유종원의 「강설」 마지막 구절이 바로 “혼자서 추운 강의 눈을 낚는다(獨釣寒江雪)”이다. 대자연과 마주한 인간의 절대 고독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추운 강의 낚시질은 조옹(釣翁)의 선택에 의한 의도적 행위이므로 주체적으로 고독과 마주선 인간의 경건함과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이후 이 시의 ‘독조한강(獨釣寒江)’ 또는 .. 2018. 12. 6.
"난리가 나면 일단 튀어라!", 해자가 발달하지 못한 민족 습성의 뿌리 성벽 방어시절 일종인 '해자'를 '垓字' 혹은 '垓子'로 쓰기고 하거니와, 간단히 정리하면 성벽을 따라 낸 도랑 겸 방어시설이다. 이는 동서양 성곽에서는 거의 공통으로 나타난다. 한데 특이하게도 한반도 성곽에서는 해자를 구경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는 아무래도 한반도 지형 때문과 민족성 때문인듯 하다. 한민족 특징은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면 일단 들고 튀자! 이것이 기본 전법이다. 어디로 튀는가? 높은 곳 후미진 곳을 찾아 일단 튄다. 이른바 농성(壟城)전법이라는 건데, 맞서 싸울 생각은 아니하고, 일단 독안으로 숨어들어 깔짝깔짝대는 전법이다. 난리가 나면 예외없이 들고 튀느라 정신이 없었다. 청군이 쳐들어오자 인조를 필두로 하는 군신은 남한산성으로 기어들었고, 그 청군을.. 2018. 12. 6.
미실을 간병하다 병을 얻은 설원랑 화랑세기 7세 풍월주 설원공전 한 대목은 그와 그의 베아트리체 미실의 '이상한' 죽음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설원)공은 건원(建元) 14년(549)에 나서 건복(建福) 23년(606) 7월에 卒했다. 그때 미실궁주가 이상한 병에 걸려 여러 달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공이 밤낮으로 옆에서 모셨다. 미실의 병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밤에는 반드시 기도하였다. 마침내 그 병을 대신하였다. 미실이 일어나 슬퍼하며 자신의 속옷을 함께 넣어 장사를 지내며, ‘나 또한 오래지 않아 그대를 따라 하늘에 갈 것이다’고 하니 그때 나이 58세였다. 당시 58세는 장수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런대로 천수天壽를 누렸다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 대목이 허심하지 아니하게 보이는 까닭은 혹 돌림병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도 하는 .. 2018. 12. 6.
눈을 낚는 삿갓 쓴 늙은이 한시, 계절의 노래(219) 강설(江雪) [唐] 유종원(柳宗元) / 김영문 選譯評 즈믄 산에 나는 새끊어지고 만 갈래 길 사람 자취사라졌다 외로운 배 도롱이 입고삿갓 쓴 늙은이 혼자서 차가운 강눈을 낚는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이 한 수 시만으로도 유종원은 시인으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동서고금 시 작품 중에 대자연 속 인간의 절대고독을 이처럼 절실하게 노래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운율에서 그러하다. 이 시는 언뜻 오언절구처럼 보이지만 오언고시로 불러야 정확하다. 오언고시 중에서도 그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짝수 구 끝에 측성으로 운을 달았을 뿐더러 첫째 구에까지 운을 달았다.(절구는 대개 평성으로 운을 단다) 이는 칠언시의 압운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훨.. 2018. 12. 5.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 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 그의 시대 실제로 이탈리아 반도 본토인들이 사용한 고전 라틴어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했다는 이 유명한 말을 내가 새삼 끌어댄 까닭은 그것이 태동한 역사적 맥락이나, 그것이 현재의 실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논급하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고, 외국어 습득과 관련한 두어 마디를 보태고자 함이다. 기원전 47년, 젤라 전투(the Battle of Zela)에서 폰투스 왕 파르나케스 2세(Pharnaces II of Pontus)를 순식간에 제압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카이사르가 떠들었다는 저 말이 영어로는 흔히 I came, I saw, I conquered 라고 번역하거니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하는 한국어 새김.. 2018. 12. 4.
돌아간 삼각지 탐방(1) 붕괴한 해태왕국을 추모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이 영감 남영동 나타나선 바람 쐬자 꼬득인다. 독거노인이라 할 일 없으니 내 바지가랑이 붙잡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요새 골목길 답사로 재미 붙인 김란기 박사다. 오늘은 삼각지서 용산역 방면으로 근대의 흔적들을 뒤지자 한다. 이미 지난주인가 김 박사는 이 일대를 훑어 자신감 충만한 상태였다. 그래, 그렇다면 삼각지로터리서 시작하자 도원결의하면서 남영역 내 집에서 왼편으로 미군부대 담벼락을 끼고 걸어 출발하니, 이내 무너진 해태제과 본사 건물을 지난다. 박건배 회장 시절 해태는 그런대로 잘 나갔다. 그 해태 왕국은 껌이 아니라 실은 타이거즈라는 프로야구가 구축한 왕국이었다. 감독 김응룡을 필두로 김봉연 김성한 김준환 김일권으로 시작해 선동열 이종범으로 이어진 이 야구왕국은 그 기반이 강고..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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