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0085 합격은 다 좋아, 째지는 기분 한시, 계절의 노래(61) 과거 급제 후(登科後) 당(唐) 맹교(孟郊)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 비루한 삶내세울 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 팔자 펴서생각 또한 거침 없네 봄바람속 득의만만말발굽 치달리며 장안 모든 꽃을하루만에 다 보았네. 昔日齷齪不足誇, 今朝放蕩思無涯. 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중국 송(宋)나라 문호 소식(蘇軾)은 중당(中唐) 시인 맹교와 가도(賈島)의 시를 평하여 “맹교는 춥고 가도는 야위었다(郊寒島瘦)”라고 했다. 두 시인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유명했고, 처지 또한 불우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기뻐 날뛰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긴 후세에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도 끝내 과거에 급제.. 2018. 6. 5. 한밤중까지 계속하는 도리깨질 한시, 계절의 노래(60) 농가(農家) 송(宋) 오림(吳琳)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 불 피우고보리타작 하는 밭에 고개 드니 북두성 돌고달님 낮게 드리웠네 옛날부터 농촌 살이즐겁다고 말하지만 한 밤중에 잠 못 잘 줄그 누가 알겠는가 野火相連打麥田, 仰看斗轉月低弦. 古來但說農家樂, 夜半誰知未得眠. 옛날에는 망종(芒種) 무렵에 보리를 벴다. 베어낸 보리는 작은 단으로 묶어 지게를 이용해 인근 빈터나 자기 집 마당으로 져날랐다. 거기에 보리를 둥그렇게 차곡차곡 쟁여 쌓아 작은 탑 모양 가리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보리가 잘 마르면 타작을 했다. 도리깨를 이용하다가 점차 기계 타작으로 바뀌었다. 도리깨는 손잡이 장대 부분과 장대 끝에 꼭지로 연결한 도리깨 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도리깨질이 .. 2018. 6. 5. Gyeongju 2018. 6. 4. 비갠 후 새들의 오케스트라 한시, 계절의 노래(59) 관음사에 묵다 절구 세 수(宿觀音寺三絕) 중 둘째 송(宋) 이지의(李之儀)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틈에 까막까치시끄럽게 울어대고 지빠귀 새 노래에제비 날개 가볍네 꼬꼬 우는 자고새는뻐꾸기를 재촉하고 소쩍소쩍 소쩍새는꾀꼬리를 부르네 烏啼鵲噪趁初晴, 百舌新調燕羽輕. 滑滑竹雞催布穀, 聲聲鶗鴂喚流鶯. 한시에도 새 소리가 나올까? 물론이다. 중국 문학의 비조로 알려진 《시경》을 펼치면 첫머리에서부터 새 소리가 나온다. 「관저(關雎)」 편 “관관저구(關關雎鳩), 재하지주(在河之洲)”의 “관관(關關)”이 바로 “저구(雎鳩)” 새의 울음소리다. “저구” 새가 무슨 새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물수리로 번역하지만, “꽌꽌”하고 우는 울음소리에 비춰보면 가마우지(Phalac.. 2018. 6. 4. 술은 술로 풀어야 한시, 계절의 노래(57) 끄적이다(戱題) 당(唐) 맹호연(孟浩然) / 김영문 選譯評 나그네 취해 자다못 일어나니 주인이 해장하자불러 깨우네 닭개장과 기장 밥익었다 하고 술동이엔 맑은 술있다고 하네 客醉眠未起, 主人呼解酲. 已言雞黍熟, 復道甕頭淸. 함께 술을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조차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위선과 가식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하지만 술은 위대한 마력으로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벗겨 버린다. 코가 비틀어지도록 함께 술을 마셔봐야 그 사람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우정은 깊어간다. 함께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놓고 잠을 깨우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더 없.. 2018. 6. 3.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침향 한시, 계절의 노래(58) 귀공자의 한밤중 노래(貴公子夜闌曲) 당(唐) 이하(李賀) / 김영문 選譯評 하늘하늘 침향 연기피어오르고 까마귀 울어대는한밤중이네 굽은 못엔 연꽃이물결 이루고 허리에 찬 백옥 띠는차가워지네裊裊沉水煙, 烏啼夜闌景. 曲沼芙蓉波, 腰圍白玉冷.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를 흔히 시귀(詩鬼)라 부른다.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부르는 것에 비교해보면 매우 그로테스크한 별명이다. 시를 귀신같이 잘 써서 그렇게 불렀을까?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시가 드러내는 귀기(鬼氣)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그의 시 대부분이 위의 시와 같은 귀기에 둘러싸여 있다. 불우하게 살다가 27세에 요절한 이하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2018. 6. 3. 이전 1 ··· 3086 3087 3088 3089 3090 3091 3092 ··· 334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