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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집안에선 내상內相 17세기 영남 문인이었던 모당慕堂 손처눌孫處訥(1553~1634)이란 분 문집을 찾아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여다보다가 재밌는 표현을 발견했다. 어떤 이의 부인을 '내상內相'이라고 일컫고 있는 것이다. 내재추內宰樞, 내부대신內部大臣의 준말을 '내상'이라고도 하는 모양이지만, 이때는 그런 직제가 있을 리 없다. 당나라 때 육지陸贄라는 이가 한림학사翰林學士로 국정에 직접 참여하여 정승처럼 국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데서 그를 '내상內相'이라고 일컬었다는데 혹 여기서 땄을까? 하지만 그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의 '내상'은 말 그대로 '집안의 재상'이라 풀어야겠다. '집안의 재상'이라... 그러면 남편은 집안의 군주인가? 군약신강君弱臣强... 아 여기까지만. 요즘도 간혹 어머님 혹은 아내를 '내무부장관.. 2024. 11. 4.
상품화폐경제가 작동했다는 조선 후기 조선 후기를 다룬 논문 중에는 그 시대에 이미 상품화폐경제가 작동했다는 전제 하에 쓴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작동했다는 상품화폐경제가 왜 조선후기 일기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까 이전에 식민사관 극복의 일환으로 조선후기사에서 증명했다는 상품화폐경제의 존재는 과연 진실일까. 이건 혹시 한 명이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이 이를 인용하고 다시 또 인용되어 거대한 인용의 태산이 그렇지 않다는 관찰과 의견을 압도하고 있는 소산이 아닐까. 이런 의문을 "식민사관"이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팩트로, 사료로 입증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광작이니 화폐경제니 하는 것 정말 조선후기에 실존했을까 심히 의심한지 꽤 됐다. *** editor's note *** 누차 이야기하듯이 화폐경제 운운은 심대한 과.. 2024. 11. 4.
18세기 초반에 창간된 영문 잡지 최근 필자는 우역(Cattle plague; rinderpest)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우역의 경우 한국에서는 기 관련 기사가 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지에 나오는데 영국은 1731년에 창간된 이 잡지에 기록이 나온다. Gentleman's Magazine 이라는 잡지인데 이 잡지 이전에도 특정한 주제만 다루는 잡지는 있었는데 이 잡지가 사실상 종합지 성격의 최초의 잡지였다고 한다. 세상 만사 안 다루는 것이 없었다는 뜻. 월간으로 나왔던 모양이고, 1731년부터 200년동안 나오다가 1922년 폐간되었다고 한다. 일전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김단장께서 하셨던 것으로 안다.  *** related article ***  역사는 객관화 상대화해야, 사관 vs. 종군기자 2024. 11. 3.
내일이 없는 은행 단풍 고국은 은행 단풍 시즌이라지만 이곳 그리스에선 은행나무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작년 이맘쯤 파리 몽마르트언덕이던가 하는 데서 은행나무를 발견하고선 환호한 적이 있다. 구대륙에도 은행나무가 있긴 하더라. 늘 말하듯이 은행 단풍은 내일이 없다. 만개했단 소식 듣고 내일 새벽에 달려갔는데 간밤 비바람에 이파리 하나 남지 않고선 고공낙하해버리기 때문이다. 은행단풍이 들 무렵 저주받은 한반도는 꼭 한 번 겨울 최촉하는 비바람 치기 마련인데 요새야 날씨 정보 비교적 정확하니 그 소식 듣자마자 달려가야 그 만발한 단풍 순간이나마 감상한다. 강원도산 황정욱 군이 어쩌다 반계리를 간듯 3일자 풍광이라 해서 탑재한 사진이다. 저 꼴 보니 사나흘이면 맛이 갈듯하고 저 상태로는 비바람도 버티니 일주일은 기다려야 할 텐데 날.. 2024. 11. 3.
일제시대 관련 논문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자기검열 일제시대 관련 우리나라 논문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논문의 일정 부분에 가면 돌연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달아 놓는 것이다. 물론 비판을 들어야 할 부분에서는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자도 이의가 없는데 문제는 고찰이나 결론에서 갑자기 맹렬한 비판이 나오니 매우 어색하고, 이 논문이 일제시대 비판이 일차적 목적인지 제목을 보면 그것도 또 아니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일제시대는 거악이니 이야기를 풀다보면 결국 그 악의 두목격을 비판할지 않을 수 없다 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는데 단지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 학자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논문에 이런 필요 없는 말은 쓰지 말기를.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이런 부분 읽을 때마다 필자는 북한 논문에서 느.. 2024. 11. 3.
빗살무늬토기보다 훨씬 볼품없는 미노아 머그잔들 크레타섬 미노아문명이 남긴 머그잔들이다. 제작시점은 대략 기원전 1천700년 전. 그러니 저들은 3천700년 전에 저런 잔에다 포도주 원샷 땡기고 있었다. 우리는 도토리 묵 말아먹을 때 말이다. 크레타 주도 이라클리오 소재 이라클리오 국립고고학 박물관 소장품들이다. 크로소스니 파에이토스니 자크라스니 하는 궁전 유적 출토품이리라. 이런 걸 보고 가서도 내 친구 춘배는 난 빗살무늬 토기가 더 아름다워요 헛소릴 일삼는데 이를 우리는 국뽕! 이라 한다.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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