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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오빠를 가장 많이 닮은 동생》 (3) 방뇨꿈과 마고할미, 그리고 선문데할망

by taeshik.kim 2024.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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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는 언니 보희가 꾸었다가 동생 문희한테 팔아버렸다는 방뇨 꿈이 어떤 상징성을 지니는지는 민속학자 고 임동권의 선구적인 천착이 있었다.

그는 1966년 5월에 발간된 《蓮圃異河潤선생화갑기념논집》에 기고한 ‘방뇨몽고放尿夢考’라는 글에서 이 점을 해명하려 했다. 그는 이 글에서 삼국유사와 고려사에 나타난 방뇨몽을 통해 방뇨가 가연佳緣에 의한 길몽이라는 의미를 추출했다.

곧 꿈을 꾼 사람은 대개 여성이고 방뇨 장소는 명산의 산상이며 방수량이 많아 장안에 가득하거나 홍수를 이룬다.

또한 그 꿈은 가연으로 이어져 그 꿈을 꾼 여성은 왕비가 되거나 왕이나 다른 귀한 자녀를 낳게 된다.

그리고 몽자夢者 자신보다 꿈의 매개자가 매몽買夢으로 득을 보게 된다.

결과로 볼 때 방뇨몽은 길몽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그의 민속학 논문집인 《한국민속학논고》(집문당, 1984, p.p. 137~141에 재수록됐다.

이를 발판으로 이후 방뇨몽에 관한 많은 연구가 쏟아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이 방뇨 꿈이 마고 할미와 선문데 할망 설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황해도 안악군민회가 엮은 《안악군지》(1976, 483쪽) 중 지역 마구바위[鬼岩]에 얽힌 설화를 보면 재령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한 대목이 있다.

이에 따르면 안악군과 황주군 사이에 우뚝 솟은 두 개 바위에 마고가 발을 딛고 소변을 보니 이 물줄기가 지금의 재령강이 되었다는 것이다. 
 

박재동 화백 선문데 할망


국문학도 조동일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재직 시절 편찬을 주도해 이 연구원에서 연작으로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 중 8-8 경남 밀양편(125쪽)을 보면 이곳 부북면 무리 지역에 전하는 지명 설화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마고 할미라는 거인이 살았던 바, 이 할미가 두 바위를 딛고 앉아 배설을 하니 오줌으로 산이 무너지고 그곳에 동네가 생겼다. 

그리고 똥이 떨어진 곳은 굿질이라는 마을이 되었다는 것이다. 

굿질은 틀림없이 똥 마을이라는 뜻일 것이다. 

굿은 ‘구린내’라고 할 때의 ‘구리다’와 뿌리를 같이하는 말이니, 똥의 옛말은 ‘굿’ 혹은 ‘구리’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은 놀라운 대목이 있거니와, 저 유명한 신라의 화랑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가 실은 똥간에서 태어난 자식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화랑세기 신빙성과 관련해서 심각한 문제를 대두하거니와 이 문제는 다른 기회를 엿보기로 한다. 

그러면 선문데 할망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역시 같은  《한국구비문학대계》 중 9-1 제주도편(201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보인다.

선문데 할망이 오줌을 누려할 때 포수에게 쫓긴 사슴이 할망의 X지를 굴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바람에 간지러워 오줌을 누니 이것이 내[川]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심히 살피면 이런 마고 할미나 선문데 할망 설화와 보희 문희의 방뇨 꿈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전자 두 경우에는 강이라든가 시내, 혹은 마을이 방뇨의 결과로 생겨났다는 것만 말할 뿐, 그것을 통해 위대한 인물이 태어났다는 언급이 전연 없다.

하기야 마고와 선문데는 할망 아닌가? 그 자체로는 생식성이 없다.

따라서 나는 오줌이라는 소재만을 착목한 비교를 찬성하고픈 생각이 없다. 

한국 역사를 보면 보희 방뇨꿈을 반복한 사례가 있다.

《고려사》 권88 열전 제1 후비 1을 보면 고려 제5대 경종의 부인인 헌정獻貞왕후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보인다.

이에 의하면 왕후는 남편인 경종이 죽은 다음에 왕륜사 남쪽에 사저에서 살다가 방뇨 꿈을 꾼다.

그 후 왕후는 안종安宗이라는 남자와 관계해서 왕자를 낳으니 그가 바로 현종顯宗이다.

이 이야기는 추후 더 자세히 보충하고자 한다.
 
(2016. 8. 7) 

 
***

 
저에다가 다음 글을 당시 나는 첨가했다. 

실은 바로 메디아 왕국과 페르샤 왕국의 교체에 얽힌 방뇨 이야기로 들어가려 했다가 옆길로 좀 샜다.

헤로도토스를 다시 읽어야 하고 무엇보다 고대 근동 역사 흐름에 대한 개괄적인 얼개를 나 자신이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이란을 다시 다녀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야 멋모르고 페르세폴리스와 파사르가르대와 키루스대왕묘를 둘러봤지만 그들이 표상하는 페르샤 역사도 과감히 한국사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그러는 한편으로 한국사 영역 또한 그 자체 고립화한 섬이 아닌 세계사의 영역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가당찮은 꿈도 있다. 

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랴? 

이 가소로운 일을 하고자 물경 30년을 더 거슬러올라가는 그 시절에 아련히 남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편린을 떠올리고 물경 10년전의 페르샤 답사 추억을 버무리며,

그에다가 이 분야 선구의 길을 간 고 조철수 박사와 외우들인 주원준 윤성덕 박사의 각고한 선행 업적을 떠올리고,

나아가  구글링의 각종 자료에 기대어 이것저것 버무려 본다. 

그런 믹싱이 무슨 거창한 구축을 낳으리오? 

고작 신국판 책 판형으로 두 장짜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로대 그럼에도 내가 이리도 발악은 했노라는 흔적만은 남기고자 한다.

 
*** previous article *** 


《오빠를 가장 많이 닮은 동생》 (2) 언니의 꿈을 가로챈 동생

 

*** 

 

저에서 말한 고려 경종의 부인 헌정獻貞왕후에 관한 스캔들은 다른 자리에서 다루었으니 그걸로 대체한다. 

 

오줌 싸서 고려 현종 낳은 경종비 청상과부 황보씨 (4) 왕실을 뒤흔든 불륜 스캔들

 

오줌 싸서 고려 현종 낳은 경종비 청상과부 황보씨 (4) 왕실을 뒤흔든 불륜 스캔들

고려사절요 권 제2 성종문의대왕成宗文懿大王 11년(992) 7월, 개경을 뒤흔든 불륜 스캔들이 터진다. 저간의 사정이 어땠는지를 관련 기술을 보면서 추적한다. ○ 가을 7월. 왕욱王郁을 사수현泗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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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 대왕과 오줌꿈은 아래에서 다루었다. 

 

 

키루스대왕과 보희의 오줌꿈

 

키루스대왕과 보희의 오줌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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