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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3) 반딧불 정신 팔려 모두가 놓쳐버린 번갯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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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대로 삼국유사는 사금갑 사건을 통해 폭로된 내전內殿, 곧 왕실을 드나드는 승려 일종인 분수승焚修僧과 스캔들을 일으킨 왕실 여인을 궁주宮主라 했거니와

그렇다면 궁주란 무엇인가? 

저 삼국유사를 역주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아래와 같은 주석을 댔다. 

왕비보다 격이 낮은 왕의 첩이다. 신라의 후비제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으나, 고려사 권88 후비전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실제 고려시대 궁주가 사용된 맥락을 보면, 시대별 차이는 있지마는 근간에서 궁주는 후궁 중 하나다. 

후궁들도 등급이 있어 제법 높은 축 후궁은 궁宮이라는 궁궐 거주공간을 배정받았고, 그 바로 아래 후궁들은 원院이라는 거주공간이 할당됐다.

이 궁에 거주하는 후궁을 궁주라 하고, 원에 거주하는 후궁을 원주院主라 했다. 

한데 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에서는 문제의 왕실 여인을 궁주가 아니라 왕비라 했다.

왕비!!! 

이 중요성을 선학들은 모조리 간과하고 만 것이다.

왜?

절요와 통감은 읽은 적도 없기 때문에 그에는 왕비가 스캔들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궁주와 왕비는 천양지차가 난다.

말하자면 반딧불과 번갯불 차이다. 

어느 후궁이 궁전을 드나드는 중과 바람이 나서 복주된 일과 왕비가 그런 중과 바람이 나서 죽임을 당한 일이 어찌 부피가 같겠는가?

왕실에 부는 피바람이 다르다. 

후궁 한 명 처단하는 일이야, 쫓아내거나 죽여버리면 그걸로 그만이지만 왕비가 그에 연루되어 처단된다?

피바람이 인다.

왕실 역학 구조, 특히 권력구조까지 재편되는 일이다. 

이 차이를 몰랐다는 사실이 말이 되는가? 

나는 이를 용서할 수 없었다.  


*** previous article ***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2) 궁주宮主 vs.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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