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박물관 미술관이 거개 그렇지만, 겉모습 보고선 뭐 이 정도쯤이야 했다가 낭패보는 데가 한두 군데랴만
오늘 오전에 찾은
National Etruscan Museum of Villa Giulia
Museo Nazionale Etrusco di Villa Giulia
라는 데도 전형하는 그런 곳이라,
저 기다란 명칭 뒤에 붙은 말을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눈에 비치는 입구는 우리로 치면 마당쇠 부부가 사는 대문칸방에 지나지 않아서,
저 문을 따고 들어가는 순간 광활한 신세계가 펼쳐지는데
결국 저 박물관은 애초에는 빌라 졸리아 혹은 빌라 줄리아라는 사유재산 혹은 다른 사람 소유였다가 언젠가 이탈리아 국가로 넘어가 국립박물관이 되었다는 의미가 되겠으며
무엇보다 그 전문분야는 에투루리아임을 보인다.
로마가 에트루리아 짙은 영향권에 있기는 했지만
그 직접 지배를 받은 본토는 아닌 까닭에 왜 로마에 에트루리아박물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으니
우리로 치면 부여나 공주에 들어선 신라박물관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로마의 위상이다.
로마는 이탈리아 수도이기도 하면서, 그 로마를 둘러싼 광역 지자체 라치오Lazio 주도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로마 자체는 에트루리아 지배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기타 라치오주는 상당한 에트루리아 직접 지배권에 있었다.
이는 그만큼 이탈리아라는 자양분을 공급한 영양원 중에 에트루리아가 그만큼 중요한 포션을 담당한다는 의미도 되겠다.
로마에 에트루리아 전문박물관이 소재한 까닭은 아무래도 라치오 주도로서의 로마 위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에트루리아는 훗날 로마에 흡수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한창 흥기하던 무렵엔 이태리 반도 종주국 같은 막강한 지위를 누렸다.(앞 지도 참조)
그 주된 근거지는 로마 기준 북서부 평원 지대 일대라 일대라 그네가 남긴 흔적은 이쪽에 수두룩빽빽하고 그 전문 박물관도 이런 지역에 포진한다.
암튼 로마 소재 에트루리아박물관은 로마 시내 북부 비아 플라미니아Via Flaminia라는 데서 가까운 파리올리 Parioli 언덕 기슬에 위치하는 줄리아 빌라를 터전으로 삼는다.
이 빌라는 애초에는 성벽 바깥쪽에 교황을 위한 여름 별장으로 지었으니 교황청 재산이었따가 1870년 로마가 함락되면서 이탈리아 왕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그러다가 1888~9년 대규모 고고학 탐사 프로그램 일환으로 키미니Cimini 산맥과 테베레 강 사이를 발굴함에 따라
그에서 수확한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하는 장소로 변모하니, 이것이 곧 지금 박물관 직접 기원이 된다.
1889년 설립한 박물관은 20세기 초반 이래 에트루리아, 팔리스칸Faliscan, 카페나테Capenate 문명에 속하는 라치오, 남부 에트루리아, 움브리아 지역 로마 이전 유물을 수집 전시 중이다.
가장 유명한 유물은 테라코타 장례식 기념물인 부부 석관 Sarcophagus of the Spouses 으로,
거의 실물 크기인 부부가 마치 점심 식사를 하는 것처럼 행복하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 석관 뚜껑에 있다.
이 외에도 이곳을 대표할 만한 유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피르기 판, 에트루리아-페니키아 텍스트를 쓴 금박 The Pyrgi Plates, an Etruscan-Phoenician text on gold foil
기원전 6세기 후반 채색된 테라코타 조각품인 베이의 아폴로 The Apollo of Veii, a painted terracotta sculpture, from the late 6th century BC
알라트리Alatri 근처에서 발견된 사원 유적 The remains of a temple found near Alatri
멜라니푸스Melanippus의 두개골을 삼키는 티네우스Tydeus가 있는 피르기Pyrgi의 재구성된 페디멘탈 고부조[테바이드Thebaid의 에피소드] A reconstructed pedimental high relief from Pyrgi with Tydeus devouring the skull of Melanippus (episode from the Thebaid)
바르레리니Barberini와 카스텔라니Castellani 및 페스키오티Pesciotti 컬렉션
2013년 3월 31일, 박물관은 카스텔라니Castellani 컬렉션 일부를 도난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돌아보면서 새삼 절감했지만, 컬렉션은 방대하기 짝이 없다.
한 시간 정도 편안한 관람을 예상했다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컬렉션에 기겁했다.
'문화재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 그리스 황금 머리 핀 (1) | 2024.11.20 |
---|---|
도마뱀을 씹어먹는 모체 새 (2) | 2024.11.20 |
9천년 전 중국 신석기 피리 (1) | 2024.11.19 |
나 로마 다녀왔다 하고 싶거덜랑 (1) | 2024.11.19 |
가장 먼저 찾은 로마는 에트루리아 (2) | 2024.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