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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문묘로 행차했다. 근자 비가 좀 왔고 바람 분 날 제법 있었으니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행인지 은행단풍은 끝물이라 살아남았다.
해를 등지고 본 은행단풍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폼이 나지 아니했으니 탑골공원 뇐네들 같았다.
역광으로 서 봤다. 그래 역시 단풍은 역광이다.
회춘한 듯 일순 세상이 울긋불긋 환하게 탔다.
막차 타려는 사람으로 붐빈다.
동성 친구끼리 박아주는 이들도 있고 연인도 있다.
연신 이리 폼잡아라 저리 서라 웅성웅성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괜시리 이리 서야 사진 이쁘게 나와요 한 소리 해준다.
이파리는 죽기 전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랑은 좀 다르다.
발길 돌려 인근 성균관대박물관 들렀다 나오는데
저 담 너머 은행이 한 번 봐주고 가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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