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비사역이 주가 되어 있는 당시 상황에서
노비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터-.
오희문 선생의 쇄미록을 보면
슬하의 노비 관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바,
사실 이 양반의 고민은 시도때도 없이 도망가는 노비를 잡아오는데 있지 않았다.
그에게 정말 무서운 것은 노비의 사보타지였다.
그의 일기를 보면 밭 매기 추수하기 타작하기 등에
노비에 품팔이 인력까지 사서 내보냈는데도
이들이 제대로 일을 안해 제때 마치지 못해
씨를 파종을 다 못끝내거나
수확한 곡식을 제때 못거둬들여 쥐가 다 먹거나 썩어버린 기록이 부지기수다.
이는 노비 사역이 지주-전호제로 이행하는데 있어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다.
우리나라 외거노비들은 주인의 사역에 동원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주인집 노역은 설렁설렁
자기 땅은 필사적으로 농사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땅을 내주고 소작을 시키는 편이
골치 안 썩히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조만간 깨닫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노비사역에 기초한 농장관리는
노비 도망도 도망이지만, 그보다 노비의 사보타지-.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일하지 않고 놀면서 저항하는 데에는
방법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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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노비 사보타지가 아니라 해도 묵재일기를 보면 또 다른 형태의 사보타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묵재일기를 보면 기술장인집단이 말을 도대체가 듣지 않는다.
결국 돈 때문이다. 날 부리려면 두둑히 챙겨줘라!
양반이라고, 권력자라고 맘대로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결국 본능 앞에는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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