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지도는 내가 세계사를 배울 적에는 이른바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는 사건이 펼쳐진 무대를 시각화한 것으로
저들 게르만족 일파 중에서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데가 두 군데가 있으니 하나가 고트족이요 , 다른 하나가 반달족이다.
전자는 서기 475년인가 로마(이 경우는 도시 로마를 말한다)를 무너뜨림으로써 서로마제국을 멸망에 이르게 했다 해서 깊에 각인하거니와,
그에 견주어 저 반달족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로 남아있다.
오죽하면 문화재 약탈이나 문화재 분풀이를 반달리즘 vandalis 이라 했겠는가?
그만큼 그들이 주는 공포가 더 컸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저에서 표시한 저 각종 족속은 그 이전 단계, 그러니깐 타키투스 단계에서는 게르만이라 퉁치던 족속들로, 게르만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과연 저들이 한 계통인지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암튼 저 게르만 일파 중에서도 그 이동거리를 볼 때 역시나 고트족 Goths 과 반달족 Vandales 이 압도적 흔적을 남겼으니 저 이동거리 봐라.
고트족의 경우 그 출발지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지목했다.
그런 그들이 그리스 북쪽 지금의 헝가리 쪽 이런 방면으로 진출하는가 싶더니, 그에서 분파했는지 아니면 뿌리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오스트로고트 Ostrogoths, 곧 동고트라는 족속이 긴 거리를 이동해 로마를 함락하고,
그 고트족 일족일 텐데 Wisighoths, 곧 비지고트족 Visigoths, 곧 서고트족은 지중해 북안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저 먼 이베리아 반도까지 침탈한다.
저들이 간 지점은 지금의 포르투갈도 있다.
고트족이 지중해 북안을 따라 움직인 것과는 달리 폴란드 쪽에서 남하하기 시작한 반달족은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 활동 반경이 훨씬 넓다.
저들은 유럽 대륙을 관통해 지금의 독일 프랑스 땅을 돌파하고는 이베리아 반도까지 갔다가
그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 북안 지중해 남안을 따라 동진하더니
기어이 옛 카르타고 지방, 지금의 튀지니에 근거지를 마련하고는 천지사방 지중해를 자기네 앞바다로 만든다.
지중해 북안은 안 간 데가 없다.
이 와중에 집중 타격을 받은 데가 로마.
아무래도 옛 제국 수도라 해서, 먹을 것이 많다 해서 게르만 일파들이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들이친다.
이 지도가 얼마나 정확성을 담보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네들이 이동하기 전 부족별 근거지다.
대략은 맞을 것이다.
북쪽에 있던 저들이 4세기 무렵 집중적으로 남하하기 시작하는데, 왜 본거지를 버리고 긴 여정에 나섰을까?
기후변화? 아무래도 이런 쪽에서 원인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안다.
공교롭게도 고구려가 국내성을 버리고 평양으로 남하한 시기와 맞물린다.
저 중 반달족 상활을 좀 자세히 본다.
지금의 폴란드 남부 지역에 거주한 게르만 일파인 그들은 5세기가 되면서 이베리아 반도, 지중해 섬, 북아프리카 각지에 그네들 왕국을 세웠다.
기원전 2세기에 오데르 Oder 강 하류와 비스툴라 Vistula 강 사이 지역으로 이주한 그들은 기원전 120년경부터 실레지아 Silesia 에 정착한다.
이들은 그곳을 무대로 꽃피운 Przeworsk 문화와 관련이 있으며 아마도 Lugii와 동일한 사람들이었다고 간주된다.
마르코만니 전쟁 Marcomannic Wars 동안 다키아Dacia로 들어가고,
또 3세기의 위기 Crisis of the Third Century 에는 판노니아Pannonia까지 확장한 반달족은
서기 330년 무렵에는 고트족에 막혀 판노니아Pannonia에 갇히게 된 상황에서 콘스탄틴 대제한테서 그곳에서 정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400년 무렵 동쪽에서 밀려든 훈족 Huns 이 습격하자 많은 게르만 부족이 서쪽으로 로마 제국 영토로 이주하게 되고,
이에 놀란 반달족 역시 서쪽으로 밀려나 다른 부족들과 함께 406년 라인강을 건너 갈리아 Gaul 로 들어간다.
409년, 반달족은 피레네 산맥 Pyrenees 을 넘어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고,
그곳에서 그 갈래 중 하딩기족 Hasdingi 과 실링기족 Silingi 은 갈레키아 Gallaecia (이베리아 북서쪽)와 바이티카 Baetica (이베리아 중남부)에 정착한다.
로마인들 명령에 따라 비지고트, 곧 서고트족 Visigoths 은 418년 이베리아를 침공해 반달족 정벌에 나선다.
이른바 이이제이 전법이다.
서고트는 하딩거 Hasdingian 지도자 군데릭 Gunderic 통치에 자발적으로 복종한 알란족 Alans 과 실링기 반달족 Silingi Vandals 을 거의 전멸케 한다.
이에 군데릭은 419년 로마 수에비 Roman-Suebi 연합에 의해 Gallaecia에서 Baetica로 밀려난다.
429년 겐세릭 Genseric 왕(428~477 재위) 치하에서 반달족은 북아프리카로 들어가고,
439년까지 로마 아프리카 속주와 시칠리아, 코르시카, 사르디니아, 몰타, 발레아레스 제도를 포함하는 왕국을 세운다.
이들은 아프리카 지방을 탈환하려는 로마의 여러 시도를 막아낸 데 이어 455년에는 지금의 로마를 약탈한다.
이 반달 왕국은 533~34년의 반달족 전쟁 Vandalic War 으로 붕괴되었으며, 이 전쟁에서 유스티니아누스 1세 Justinian I 황제의 군대는 동로마 제국 영토를 다시 정복했다.
반달족이 14일 동안 로마를 약탈하자 르네상스와 초기 근대 작가들은 반달족을 전형적인 야만인으로 묘사한다.
이로 인해 무의미한 파괴, 특히 예술 작품의 "야만적" 훼손을 설명하기 위해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일부 현대 역사가는 고대 후기에서 중세 초기로의 전환에 로마 문화의 계승자로서 반달족 역할을 강조한다.
저 위대한 여정 경이롭지 않은가?
저들이 저 먼 거리를 여행한 이유는 생존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언제나 경이롭게 보아야 할 것은 살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 욕망 앞에 모든 것은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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