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 성정 때문이다.
율곡은 왕조실록과 문집 등에 산견되는 내용만으로도
이 양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바,
율곡은 대충 모호한 이야기를 듣기 좋게 떠드는 사람이 아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 중에 향약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나라에서 빨리 향약을 전국에 시행해야 한다고 누군가 떠들자
그렇게 좋으면 니네 집에서나 먼저 하지 그러냐고 쏘아 부친 적도 있다.
율곡은 될 것 안 될 것에 대한 판단이 매우 빠른 사람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바 조선 시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천재가 틀림없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이
매우 구체적인 안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며
특히 스스로가 녹사를 했다고 낮추어 이야기 할 정도로
젊어서부터 관료 경험이 풍부해 그 당시 사림들처럼 대충 좋은 이야기를 얼버무려
뻔한 이야기를 시무책이라고 올리는 시골 선비들의 상소와는 결을 달리하는 사람이다.
율곡이 죽기 전 그는 여진족과 관련하여 북방의 동향에 매우 스트레스를 먹다가 결국 쓰러져
회복 못하고 죽게 되는데
이 양반이 쓰러지기 전 (중풍으로 생각된다)
골머리를 앓던 것이 바로 국방의 문제였는데
병판이 골머리를 썩힌다면 뻔하다.
호적에 직역이 기재되고 병적에는 병사가 있지만,
모두 전쟁나면 쓸 만한 병사가 아닌 것이다.
율곡이 십만을 양병하자고 한 것은
당연히 십만을 양병하면 국방에 좋지 그럼 나쁘겠는가?
율곡이 말한 십만은 "쓸 만한 십만"을 말한 것이다. 단순한 병력 숫자가 아니라.
그리고 그 십만은 양반에게 병역을 부여하지 않으면
도저히 조선바닥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병력의 숫자이다.
율곡은 그 양반 성격에 대한 호부호를 떠나
평소 율곡의 일화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움,
모호한 언설이 아니라 실무적인 능리로서의 능력 등을 보면,
이미 껍데기만 남긴 병적과 호적을 갈아 엎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병력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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