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라고 다를 리 있겠는가?
눈을 떴다.
기차가 막 출발한다.
심상찮다.
볼로냐를 막 떠났다.
눈을 비볐으나 분명 기차는 떴다.
담역이 어딘가 체크하니 피렌체다.
좃댔다.
이걸 우짠다?
피렌체 정차역도 영 눈에 설어 촌동네라 산타 마리아 운운하는 그 동네가 아니다.
자동 발매기로 볼로냐 센트랄레를 끊으니 두 장이 튀어나온다.
왜 두 장?
잘못 눌렀나?
짭새 붙잡고 물었더니 중앙역 가서 갈아타야기 때문이란다.
난 피렌체가 싫다.
(201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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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차서 해외여행한 경험이 일천한 중늙은이가 겪은 풍상 중 하나다.
정신없이 골아떨어졌다 내릴 역 놓치는 일이야 국내서도 더러 있거니와 이태리 가서 그런 꼴 겪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좌충우돌이라기엔 어이가 없고 이래저래 황당할 뿐이었다.
북부 볼차노 라는 데를 들렀다가 남하하다 다음 행선지가 볼로냐였으니, 그곳에다 호텔까지 예약해 놓은 마당에 그곳을 지나치고 말았으니 언제나 이럴 때면 왜 잠이 깨는 시점이 그 역을 막 출발하고 난 직후인지 신통방통할 뿐이다.
더구나 밤이 되어 그 다음역인 피렌체서 다시 볼로냐로 가는 기차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으니, 그에 더해 그 피렌체 하차역이 내가 알던 그 중앙역이 아닌 외진 곳 촌동네였으니 황당함과 조급함이 더할 수 밖에.
그 촌동네 역에 하차해선 볼로냐행 기차표를 끊긴 했는데 느닷없이 티겟 두 장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이건 또 무슨 귀신 곡하는 노릇 아닌가 했으니 그에 얽힌 이야기다.
말이 나왔으니망정이지 어찌하여 볼로냐행 기차를 타고자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하니 이게 참말로 웃긴 게 그토록 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 피렌체는 그 전해, 것도 딱 한번 왔을 뿐인데 그 한번이 준 기시감은 이내 안도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전에 왔다. 그래서 눈에 익다는 그 어줍잖은 기시감은 초조와 안달로 범범한 그날을 안심으로 돌려놓았다.
이태리 교통..이 시키들 시간 안지킨다. 볼로냐행 기차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번 와 본 곳이기에 느긋이 오기를 기다려 타고는 마침내 자정 무렵 볼로냐역에 도착하고는 그 인근 예약한 호텔에 비로소 투숙했다.
늙어서 혼자 해외여행 하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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