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내가 말도 안 되는 알량한 훈수를 두는 듯해서 할까말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첫 단행본을 내고선 이른바 작가로 등단하는 분이 더러 나타나셔서
조금은 먼저 이 길을 걸은 사람으로 두어 마디 긁적거려 두니, 심심풀이 땅콩 삼았으면 싶다.
위선 나는 직업적 글쓰기 혹은 그와 비슷한 언저리를 걸으려는 사람들한테서는 30대가 무지막지 중요함을 설파하고 또 설파했거니와,
이 30대 1년, 2년은 이후 이런 학적學的 일생 10년과 20년을 좌우하는 까닭이라,
내가 이 길을 걸을 생각이 없다면 모를까 이 길로 죽 가자 한다면 이 30대는 하시도 허비해서는 안 되며,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 30대에는 첫 단행본을 출간해야 여러 번 설파했으니,
그래야 이후 내가 가는 길이 어느 정도 보이는 까닭이라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기를 지나 등단하는 분도 아주 많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는 20~30대를 염두에 둔 말이라고 봐줬으면 싶고,
그렇다 해서 40대, 50대 등단자라 해서 꼭 예외라고는 할 수 없다.
위선 내 경험을 보면 첫 단행본을 내고 나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 짓하려고 내가 그리 바둥거렸나 하는 상념도 스치기도 한다.
나아가 그 단행본 출간과 더불어 제2탄은 무엇으로 삼지 하는 고민이 본능으로 꿈틀거리기 마련이라,
내 경우는 서른네살에 풍납토성으로 내고서는 바로 그날로 제2탄 화랑세기 집필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런 고민은 상대로 덜하기는 했지만,
그렇다 해서 그 길이 보이는 것만큼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말해둔다.
이 말이 당사자들한테는 못내 실례가 될 우려도 있어 뱉기는 저어되는 측면이 있지만,
첫 단행본을 내고선 그 단행본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제2탄을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나는 본다.
간단히 말해 내가 이 길을 가고자 하고, 그래서 첫 단행본을 낸다면, 그 단행본을 내는 단계에서 곧바로 착수할 제2탄을 생각하며, 그 초고 정도는 적어내려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단행본은 내는 순간 잊어버리고 다음 단행본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생각하는 그 길이 상대로 순탄하게 열린다 생각하는 까닭이다.
나는 풍납토성을 내고선 바로 2탄을 냈거니와, 그 두 단행본을 연타로 내고 나니, 진짜로 허탈이 밀려왔으니, 그 허탈함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야릇한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이러다간 내가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매년 단행본 1권은 너끈하며, 좀 더 달린다면 1년에 두어 종 단행본은 가능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는 언제건 발동을 걸 수 있으니, 그래서 이후 한동안은 단행본 기준으로는 집필을 중단하고선 논문 집필로 들어갔으니,
그때 논문을 한창 쓰던 무렵 어느 한 해는 보니 내가 논문만 13편을 싸질렀더라.
논문과 단행본을 전업적 학문종사자들은 같은 길이라 여기는 습성이 많은데, 천만에.
내가 보는 한 단행본과 논문은 결이다르다.
얼마만큼? 완전히 다르다.
말하거니와 논문 쓰기 시작하면 단행본 못 쓴다.
나는 매양 말하듯이 어디 긁적인 논문 잔뜩 모아서 적절히 챕터 분배한 그 따위 단행본은 단행본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건 단행본이 아니라 잡쓰레기 뭉치에 지나지 않는다.
단행본 기준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 논문 생활을 한동안 계속하다가 것도 한참 해 보니 아주 재미 없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단행본이라는 길과는 완전히 결이 달라 그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다.
그렇다 해서 그것을 뗀 순간 곧바로 단행본이 되는가?
천만에,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그 감? 혹은 동력을 되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따라서 논문 혹은 단행본을 갈 것이냐를 정해야 하며, 단행본은 단행본이 낳는다는 사실을 내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어서 꼰대 같은 이야기 붙여둔다.
논문이 논문을 낳듯이 단행본이 단행본을 낳는다.
그만큼 20-30대는 절실해야 한다는 말은 꼭 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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