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시행을 앞둔 국가유산기본법 발동과 관련해 향토유산 혹은 지역유산 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하거니와,
실상 향토유산은 이미 통용하는 용어이며, 지역유산 또한 특정한 지역의 유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 생경한 용어로 볼 수는 없다.
다만 국가유산이라는 요망한 말로써 기존에 쓰던 문화재를 대체하는 통에 그것이 주는 강압적 국가적 군국주의 색채에 상응하여 국가에 대비하는 특정한 지역을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유산은 어찌되는가 하는 고민에서 저 개념이 법제화를 하려고 한다.
한데 문화재청에서는 향토鄕土 라는 말이 일제 잔재라 해서 지역地域이라는 말을 강제하고자 한다 하거니와,
그것이 천부당만부당한 개소리임은 이미 앞서 두 차례 사례 검출을 통해 증명했거니와 이참에 저 두 말을 좀 더 처절히 분석하고자 한다.
향토鄕土는 간단히 말해 鄕의 土라는 뜻이거니와, 예서 향은 말할 것도 없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그 고향을 말한다. 따라서 향토유산이란 특정한 지역 중에서도 나랑 특정한 인연이 있는 고장의 유산을 말하며 이것이 바로 저 향토유산에 딱 맞는 용어다.
그에 견주어 지역地域이라는 말을 분석하면 아주 묘해서, 저 지역이라는 용어가 요새 일반에는 local이라는 개념으로 흔히 사용하지만, 이때 로컬은 cetural에 견준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의할 점은 지역이라는 말 그 어디에도 실은 local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地와 域이라는 두 가지 명사를 단순 나열한 것으로, 地나 域 모두 단순히 땅을 말하지 저 어디에도 local이 없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저 지역이라는 말이 로컬이라는 의미를 띠게 된 것은 근대 이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전혀 생뚱하게 파생한 뜻이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지역은 크게 보아 중앙에 대비한 local 이라는 뜻과 더불어 어떤 구역 zone 이라는 다른 뜻이 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지역은 어느 시점까지는 후자의 뜻으로만 쓰였다. 아파트 밀집 지역, 슬럼가 지역 등등과 같은 말에서 그 본래하는 의미가 현재도 여전히 살아있다.
단순히 zone을 의미하던 저 말에 어찌하여 local이라는 뜻이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현재 나로서는 미스터리이며,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근대 이후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본다.
주례周礼 지관地官 대사도大司徒에 이르기를 “凡造都鄙,制其地域,而封沟之。”라 했으니, 이는 무릇 수도 서울 구역을 확정할 때는 그 지역을 제어(측량 정도?)하고 테두리를 쳐서 해자를 만든다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보다 시피 지역은 특정한 구역을 의미하지, 저 어디에도 중앙에 대비하는 로컬이라는 개념이 없다.
더구나 보다시피 그런 지역은 서울에서도 얼마든 사용하던 개념이었다.
따라서 향토유산이 일제잔재라 해서 지역유산이라 쓰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라, 지역유산이라는 말 자체가 외려 일제잔재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며 세심한 조사도 없이 함부로 식민잔재 운위하다간 개망신당한다.
참고로 나는 지방이라는 말이 주는 차별적 이미지를 아주 증오해서 되도록이면 그에 해당하는 말로써는 지역이라는 말을 선호한다고 해 둔다.
지역은 서울에 대해서도 쓰는 말이라 차별성이 상대로 덜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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