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걸 추진하는 쪽에서는 다른 이유를 댈지 모르지만 문화재보호법 근간을 뜯어고치게 된 출발은 그 첫째도 둘째도 명실名實의 불일치였다.
첫째 문화재라 했지만 이 문화재는 자연유산을 포함하지 못한다. 그래서 특히 자연유산을 하는 쪽에서 불만이 팽배했고 이럴 것 같으면 우리는 환경부로 가겠다 협박을 일삼았다.
이것이 직접 동인 중 하나였다. 굳이 저 일이 아니라 해도 왜 문화재라 하면서 자연유산까지 포함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던 건 엄연한 사실이다.
둘째 그 하위 분류는 더 처참해서 일정한 준거나 기준도 없는 막말대잔치가 벌어졌다.
모양이 있고 없고가 기준이면 오직 유형과 무형이 있을 뿐인데 민속문화재가 따로 있고 기념물도 따로 있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잡자 나서 만든 것이 국가유산기본법이다.
그렇다면 기존하는 저런 개판들은 무엇보다 최우선해서 바로잡아야 할 것 아닌가?
한데 막상 저들이 내세운 것을 보면 더 기가 찬다.
그냥 유산 혹은 좀 거추장스럽기는 하지만 문화자연유산 하면 될 것을 굳이 어디 구닥다리 같은 듣보잡 국가유산이라는 괴물 요물을 들고나와 그걸 문화재 대용으로 쓰라 하니 당장 지방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
국가유산? 그 취지 애로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막상 이 일을 실무에서 추진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것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국가유산이라는 말 자체가 향토유산 지역유산에 대한 차별이요 억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적용하려 하니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바꾸려니 당장 문화재과 문화재팀부터 국가유산과 국가유산팀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뭔 꼴이란 말인가?
나아가 자연유산 문화유산이면 족하지 무슨 얼어죽을 무형유산이 따로 있단 말인가?
문화유산 하위로 들어가야 할 무형유산이 치고 올랐으니 이건 애미애비도 알아보지 못한 수치다.
용어와 개념과 범주는 그만큼 중요하다.
명실이 바로 서고서도 초래하는 혼란은 없다.
이게 그만큼 중요하다 하는데도 알아쳐먹는 놈이 없었다.
이윤 딴 게 없다.
대가리부터 대가리가 비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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